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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아
#1.
내 일처럼 기쁘다!
#2.
하지만 페북 타임라인을 보며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
지난해 김연아 선수에게 황상민 교수가 시비를 걸며 정신나간 발언을 했던 당시의 증오에 찬 포스팅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 담고 있던 학교의 특수성 때문에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 심지어 교수들까지 (적어도 내가 보기엔) 광기에 차서 김연아 때리기를 하는 걸 적잖이 볼 수 있었는데... 한편으론 이해...까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용인(?)을 하면서도 정말 내가 다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한 누님은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상(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상이라고 설명하진 않았다)이 김연아라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글을 올려 연아를 욕했는데, 글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신, 내가 좋아하는 누님인데다, 승냥이들을 일반화(?)한다면 거기에 가장 잘 부합할만한 조건들과 스타일을 갖춘 분이라 나로서는 더 충격이 컸던 일이 있었다.
타임라인은 물론이고 혹시나 해서 그런 분들의 페북을 하나하나 찾아가보기까지 했는데(나란 남자, 뒤끝 쩌는 남자;;) 정말 하다못해 축하한다거나 잘했다는 말 한마디 남겨져 있지 않았다. ㅠㅠ 그 분들로서는 관심도 없을 뿐더러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무튼 나는 또 억울했다.
모두 헤비 페북커들인데 그 중 단 한 명만이라도 그냥 "잘했네..." 정도의 포스팅만 남겨져 있어도 좋았을 것이다.
#3.
연아 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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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정세토크
오래 전에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던 책인데,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안 나가다가 최근 북핵 위기를 맞아 속도를 내어 다 읽었다. 내용은 역시 훌륭하다. 정세현 전 장관도 훌륭하신 분이고, 대담을 정리한 황준호 기자도 훌륭한 분이고, 과연 '정세토크'라고 이름 붙일만 하구나 싶다.
북한의 핵보유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론은 어찌됐든 결과적으론 실패했다는 쪽으로 가는 느낌이다. 나 역시 지금의 결과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래도 햇볕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원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좀 더 확고해지는 느낌이다. 참고로 책의 정세 분석과 제언을 간단히 정리하면, 한반도 정세에서 지금껏 우리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결국 돈을 써야한다. -> 돈을 쓰되 상대인 북한의 자존심은 세워줘야 한다. -> 북한의 자존심을 세워주되 국내 보수층의 반발도 다스려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동안 이렇게 잘 해왔으나 MB정부 들어 이를 다 뒤집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과 정세현 장관의 생각에 비판할 점이 없는 건 아닌데, 첫번째로 정 전 장관은 우리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미사일, 핵무장, 군수 비용 등으로 전용되었다는 주장(햇볕정책 실패론의 핵심근거라고 볼 수 있다)에 대해, 북한 경제는 민수/군수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북한의 국방, 군사 라인은 민간, 생활 라인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무장과 미사일, 핵개발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북지원과 상관없이 저런 일들이 행해진 것이며, 지원전용론은 북한의 실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일축해버린다.
이는 그 자체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지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북한은 경제도 민수, 군수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국방쪽 세력은 당 등 그 이외의 권력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대북 경제 지원을 해주더라도 이는 북한의 군부에게는 별무소용이라는 말도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의 당위성과 우수성을 강조한다라... 이 지점의 모순은 어떻게 생각해도 잘 해결되지 않는다.
두번째는 결국 책에서의 정세 예측은 빗나간 것이 많다. 이는 물론 이명박 정부의 무능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정 전 장관 역시 너무 북한과 미국에 대한 낙관론에 경도되어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낙관론 혹은 기대감은 대담이 이루어진 2007년 말부터 2010년 말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정세분석의 가장 큰 패착은 이 지점인 것 같다. 결국 정 전 장관도 2010년 말에 이루어진 마지막 챕터, 마지막 대담에서 미국에 대한 강한 의구심과 격앙된 반응을 내비치는데, 그 의구심에 의한 최악의 가정이 현재 상황이 되어버렸다. 중국에 대해서는 엄청난 탁견과 사후인 지금 봐도 아주 정확한 분석을 한데 비하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믿음은 의아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비판점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기 해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지금 한 번쯤은 읽고 곱씹어 볼 대목이 많은 책이다. 감정에 치우쳐 거시전략없이 북한붕괴라는 일종의 환상을 근거로 밀어붙인 대북강경론이 파탄에 이른 후 대안 없는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대안이 쉽게 마련되지 않는다고 이를 방치해서도 안 되겠지만, 결국 국제 정치의 냉험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우리의 존망을 담보로 사투를 벌이면서도 스스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씁쓸한 독서였다. (북한 핵실험 이후의 생각이 궁금해서 인터뷰들을 살펴보니 정 전 장관 역시 약간 자포자기의 심경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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