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2. 12. 22. 16:31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갈등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이 도표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문재인 후보 세대별 득표율 추정



신자유주의 15년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는데,

결국 이번 대선은 51:49의 싸움에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킬 것을 가진 장년층이 같이 좀 살자는 아래 세대들을 찍어누르면서" 끝났다. 

친구 중 한 분이 페북에 남긴 글에 따르면, 문재인 찍기로 약속했던 엄마가 박근혜 찍고 나서 하신 말씀이라는데.. 이번에 젊은 애들한테 똘똘 뭉쳐서 한 번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정서가 팽배했었다고 한다. 글쎄... 젊은 애들이 뭘 그렇게 잘못해서 MB 5년간 죽을 고생을 하고도 모자라 어머님들에게 본때까지 맛봐야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ㅠㅠ

 

이게 어머님 세대의 일부가 아닌 보편적 정서였다는 이야기


다른 나라들 중에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세대 갈등이 선거로 표출된 경우가 있을까? (옆나라 일본만 해도 세대갈등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그러나 이번 총선만 봐도 갈등양상이 선거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 때문인지 박근혜 당선자도, 새누리당도, 메이저 언론들도 드러내놓고 세대갈등을 거론하진 못하지만 짐짓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당선자가 탕평인사를 거론하면서 지역, 성별 뿐만아니라 세대를 굳이 언급한 것(20대한테 장관이라도 시키려고?)도 그렇고, 조중동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2030세대를 보듬어야 한다고 떠드는 것도 그렇다(근데 40대도 니네 편 아니다 -_-).



기사 제목만 봐도 토 나올 것 같긴 하다만... 게다가 오늘자를 보니 세대갈등을 물타기 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까지 하고 있다.



(참고로 문재인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그리고 2030세대의 그 전 선거 투표성향 추이를 고려할 때 박근혜가 2030세대의 1/3로부터 지지를 받은 건 '예상보다 많은' 지지를 받은게 결코 아니다.)

 

사실 조중동의 저런 짓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요즘 아무리 수명이 늘어나고 일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회를 건전하게 굴리는 힘은 20~40대에서 나오는 것이고, 언론을 아무리 장악해 봐야 사회의 이슈와 여론이 주로 생산되는 곳도, 소비되는 곳도 결국 20~40대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그런 계층에서 절대적 배척의 상황에서 정권을 얻었으니 골머리가 썩지 않을 수가 없다. 차기 정부의 이름으로 '민생정부'가 유력한 것 같은데, 출산, 육아, 교육, 취업, 먹거리 등 대부분 민생문제의 당사자는 20~40대인 걸 고려하면, 민생의 당사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으며 탄생한 민생정부는 저 문제로 두고두고 발목 잡힐 것이다.


아무튼 이번 대선은 안철수 바람이니, 새정치니, 보편적 복지니, 경제민주화니 온갖 구호들이 난무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대부분 소용이 없었고 결국 기득권 다툼(특히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와 결부해서)과 그를 반영한 세대전쟁으로 막을 내렸다. 뭐.. 이런 경향의 세대별 투표율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세대간 결집 대결이 더욱 첨예했었다는 것과 그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지역갈등이 본격적으로 퇴조(위 표의 PK지역 수치는 계속 봐도 놀랍다)하면서 대두되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앞으로 이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고, 권력을 얻으려는 자는 여기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추가)


댓글을 달다가 혹시 세대갈등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는 없는가 해서 찾아봤더니, 부처는 아니지만 역시나 있긴 있었다.

대통력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근데 홈페이지의 내용이 날 더욱 절망스럽게 했다. 직접 보시라. ㅠㅠ

http://www.harmonykorea.go.kr/project2012/project3.asp


편견과 오해, 피해의식... 사회통합위원회가 아니라 사회갈등조장위원회로 이름 바꿔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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