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2. 10. 21. 13:26

斷想

#1.

 

결국 SK와 롯데가 5차전까지 갔구나. 라이온즈 팬에겐 좋은 소식인가?

 

 

#2.

 

롯데란 이름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온 것이다. 어릴 적부터 롯데를 꾸준히 접해왔지만 이름의 연유에는 관심을 둔 적이 없었는데, 재작년인가? 롯데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비로소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막연하게 신화 속의 동물이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해태의 영향이겠지?) 신격호 회장이 창업 당시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을 고민하다가 베르테르의 열렬한 구애의 대상인 샤를로테처럼 사랑받는 기업이 되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샤를로테의 애칭인 로테를 일본식으로 쓴 게 롯데가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정말 깜짝 놀랐었다. 롯데가 그 로테였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고, 롯데라는 기업이미지와 고전문학, 그것도 괴테나 낭만주의는 너무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 또는 요새 하는 짓과 별개로 이름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 이름 중 가장 낭만적인 이름 아닌가? 그 때 탄력을 받아 다른 재벌 그룹들 이름의 유래도 함께 찾아봤지만 하나 같이 별 볼 일 없는 시시한 내용들이었다.

 

 

#3.

 

저런 낭만적인 이름만큼이나 롯데가 대중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 기업인지는 좀 의문이 들지만, 야구에서만은 확실히 신 회장의 뜻이 성공한 것 같다. 내 주변에도 롯데 극성팬이 많은데, 그렇다보니 나 같은 다른 팀 팬도 롯데의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보게 된다. 사실 내가 야구를 처음 보기 시작한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는 롯데가 유달리 팬덤이 넓거나 극성이란 이미지는 없었는데, 한참 비밀번호를 찍고 나더니 오히려 팬덤이 폭발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그야말로 베르테르의 로테가 되버렸다. 라이온즈 팬으로선 좀 배가 아프기도 하다. ㅎㅎ

 

 

#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선 베르테르와 로테가 함께 클롭슈토크의 시를 떠올리며 사랑의 환희에 빠지는 장면과 오시안의 노래를 낭송하며 절망에 빠지는 장면이 교차된다. 내일 과연 롯데 팬들이 듣게 될 노래는 클롭슈토크의 시일까? 아니면 오시안의 노래일까? 물론 누가 올라오든 라이온즈 V6라는 결과는 바뀌지 않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혈투를 벌이게 된 두 팀을 보니 베르테르만큼이나 참 얄궂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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