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3. 5. 4. 01:44

레고 斷想

 

 

 

01

 

팔자에 없던 레고가 두 세트나 생겼다.

어린이날을 맞아 주변 가까운 분들께 선물을 할 것들이다. 본인들에게 선물을 드리면 너무 부담스러워 하실 것이므로 어린이날을 핑계로 이렇게나마 하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그 조카녀석들은 무슨 복을 그렇게 타고났나 싶다.

 

어린시절 난 번듯한 레고 한 세트를 갖는게 소원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꽤나 비싼 저 장난감은 20년 전에는 지금보다 소득대비 훨씬 더 비싼 물건이었고, 부모님께선 안 그래도 자식 셋에 뼈골이 휘는 판에 지들끼리 내버려둬도 잘들 노는 애들에게 저런 장난감은 정말 쓸모없는 지출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결국 지금까지도 난 내 레고를 가져 본 적이 없다.

한번은 어린이 잡지에 나온 레고 카리브해 보물선 시리즈 광고를 거의 종이가 뚫릴 정도로 맨날 쳐다보다가 내딴에 용돈을 모아서 그걸 사보겠노라고 방 벽에다가 저금통을 갖다 붙여놓은 적이 있었다. 대충 계산해보니 세뱃돈이니 뭐니 해서 한 2년 정도만 모으면 (내 멋대로 동생돈까지 합해서) 보물선 시리즈 중에 제일 싼 거 하나는 살 수 있겠다 싶었다. 꼬맹이가 저런 장기간의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검약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했던 건 지금 생각해봐도 참 놀라운 일인데, 아무튼 꼬맹이 칸쵸군의 저 원대한 계획은 그 날이었던가? 그 다음날이었던가? 곧바로 박살이 나고 말았다. 엄마가 방 벽 한 가운데다가 조잡하게 테잎으로 발라놓은 그 저금통을 보자마자 당장 뜯어내 홱 내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엉엉 울 정도로 혼이 난 건 물론인데, 사실 내가 그 때 엄청 운 건 엄마한테 맞아서라기 보다는 사주지도 않으면서 내 딴에 갖고 싶어서 그렇게 까지 했던게 완전히 무시당한게 더 서러워서였던 것 같다.

아무튼 난 그 후로는 (물론 계속 갖고 싶긴 했지만) 레고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돈(사실 정확히 말하면 내 돈은 아니고 여사님 돈)을 주고 레고 세트를 샀다. 저 깔끔한 포장이며, 비행기의 미끈한 자태며, 소방서의 디테일이며... 아직도 상자만 봐도 두근두근 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처음 산 레고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게 됐구나.

 

뭐.. 그것도 좋은 일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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