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2. 12. 24. 12:52

전 포스팅에 덧붙여

#1.


오늘 신문이나 포털을 보니 세대갈등론으로 온통 도배가 되어있다.

드러내지 않고 물타기하려다가 잘 안되니까 결국 색깔을 덧칠하려는 것 같다. 

세대갈등론을 이렇게 주류 언론에서 쏴주면, 이후 박근혜 정부는 세대갈등의 부담을 항상 안고 갈 수 밖에 없지만 그건 언론이 쏘든 안 쏘든 어차피 내재한 부담이고, 그보다 이젠 어떤 정책 실패나 비판에 대해서도 세대갈등으로 치부해버리고 무마해버릴 수 있다는 커다란 전략적 여지와 이점이 생긴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은 기왕 세대갈등 양상을 모른척 하고 넘어갈 수는 없게 되었으니, 아예 그것도 이용하려고 마음 먹은 듯 하다.



#2.


그리고 기사들을 좀 살펴보니.. 젊은 세대의 반감만이 주로 회자되고 있는데, 

오히려 대선에서 보인 장년층의 투표행태를 가만히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설명하듯이 단순히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 또는 안정 도모로만 설명할 수 없고, 거기엔 분명히 젊은 세대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서려있다. 전 포스팅에서 예로 든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한다."는 장년층들의 말은 그걸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이고...

즉, 팍팍한 삶에 치인 장년층들이 투표를 통해 엉뚱하게도 젊은이들에게 반감을 표출하니, 뒤늦게 젊은 세대들도 그에 대해 반사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저런 갈등의 선후관계까지 따져야 하냐고 물으실 분이 계시겠지만, 저 문제는 의외로 매우 중요하다.

젊은이들의 반감만이 조명받게 되면, 장년층들의 반감과 그 원인은 소외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장년층들은 투표로 반감을 표출했고, 일단 원하는 결과가 나왔으니 속이 후련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이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세대갈등은 조중동이 묘사하듯이 얼치기 젊은이들의 대선결과 불승복 놀음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장년층들도 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개인 정신적으로든 모두가 상당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고, 그 출구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 하고 있다. 갈라진 양 세대의 문제를 같이 살펴야 해결이 가능하다.



#4.


그러나 세대갈등은 단순한 나이나 세대 문제로 접근해선 해결방법이 나올 수가 없다. 이 문제의 본질은 지난 포스팅에서 지적했듯이 경제적 기득권 투쟁이 세대라는 간극을 통해 표출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장기와 부동산 급등기를 통해 기성세대는 빠르고 쉽게 자산가치를 늘려왔고,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파이를 늘려서 그 늘어난 부분을 젊은 세대에게 나눠줌으로서 경제갈등을 해결해왔다면, 이젠 더 커지기 힘든 파이를 쪼개고 재분배해서 해결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성세대에겐 이런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그냥 옛날에 하던대로 파이를 더 커지게 해달라면서 CEO 출신도 불러내고, 독재자의 딸도 불러내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젊은 세대들은 이제 그런 과거의 방법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문제에 있어서 기성세대에게 사회적으로는 착취당하고, 개인적-가정적으로는 의존하기만 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니 기성세대가 깔고 앉아있는 사회적 재화를 법적, 구조적으로 쪼개고 나누자는 것이다.



#5.


결국 이 문제는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쉽게 파이를 더 늘리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기성세대의 파이를 어떻게 조금씩 덜어낼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런 거대한 사회적 담론에 앞서서, 세대갈등을 단순히 젊은이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감정적 반발심이나 경거망동으로 치부하려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




'Random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세현의 정세토크  (1) 2013.03.12
액땜  (0) 2013.02.13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갈등  (3) 2012.12.22
斷想  (2) 2012.10.21
詩58 - 깃발 - 유치환  (0) 2012.10.14
Random Thoughts 2012. 12. 22. 16:31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갈등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이 도표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문재인 후보 세대별 득표율 추정



신자유주의 15년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는데,

결국 이번 대선은 51:49의 싸움에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킬 것을 가진 장년층이 같이 좀 살자는 아래 세대들을 찍어누르면서" 끝났다. 

친구 중 한 분이 페북에 남긴 글에 따르면, 문재인 찍기로 약속했던 엄마가 박근혜 찍고 나서 하신 말씀이라는데.. 이번에 젊은 애들한테 똘똘 뭉쳐서 한 번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정서가 팽배했었다고 한다. 글쎄... 젊은 애들이 뭘 그렇게 잘못해서 MB 5년간 죽을 고생을 하고도 모자라 어머님들에게 본때까지 맛봐야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ㅠㅠ

 

이게 어머님 세대의 일부가 아닌 보편적 정서였다는 이야기


다른 나라들 중에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세대 갈등이 선거로 표출된 경우가 있을까? (옆나라 일본만 해도 세대갈등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그러나 이번 총선만 봐도 갈등양상이 선거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 때문인지 박근혜 당선자도, 새누리당도, 메이저 언론들도 드러내놓고 세대갈등을 거론하진 못하지만 짐짓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당선자가 탕평인사를 거론하면서 지역, 성별 뿐만아니라 세대를 굳이 언급한 것(20대한테 장관이라도 시키려고?)도 그렇고, 조중동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2030세대를 보듬어야 한다고 떠드는 것도 그렇다(근데 40대도 니네 편 아니다 -_-).



기사 제목만 봐도 토 나올 것 같긴 하다만... 게다가 오늘자를 보니 세대갈등을 물타기 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까지 하고 있다.



(참고로 문재인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그리고 2030세대의 그 전 선거 투표성향 추이를 고려할 때 박근혜가 2030세대의 1/3로부터 지지를 받은 건 '예상보다 많은' 지지를 받은게 결코 아니다.)

 

사실 조중동의 저런 짓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요즘 아무리 수명이 늘어나고 일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회를 건전하게 굴리는 힘은 20~40대에서 나오는 것이고, 언론을 아무리 장악해 봐야 사회의 이슈와 여론이 주로 생산되는 곳도, 소비되는 곳도 결국 20~40대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그런 계층에서 절대적 배척의 상황에서 정권을 얻었으니 골머리가 썩지 않을 수가 없다. 차기 정부의 이름으로 '민생정부'가 유력한 것 같은데, 출산, 육아, 교육, 취업, 먹거리 등 대부분 민생문제의 당사자는 20~40대인 걸 고려하면, 민생의 당사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으며 탄생한 민생정부는 저 문제로 두고두고 발목 잡힐 것이다.


아무튼 이번 대선은 안철수 바람이니, 새정치니, 보편적 복지니, 경제민주화니 온갖 구호들이 난무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대부분 소용이 없었고 결국 기득권 다툼(특히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와 결부해서)과 그를 반영한 세대전쟁으로 막을 내렸다. 뭐.. 이런 경향의 세대별 투표율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세대간 결집 대결이 더욱 첨예했었다는 것과 그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지역갈등이 본격적으로 퇴조(위 표의 PK지역 수치는 계속 봐도 놀랍다)하면서 대두되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앞으로 이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고, 권력을 얻으려는 자는 여기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추가)


댓글을 달다가 혹시 세대갈등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는 없는가 해서 찾아봤더니, 부처는 아니지만 역시나 있긴 있었다.

대통력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근데 홈페이지의 내용이 날 더욱 절망스럽게 했다. 직접 보시라. ㅠㅠ

http://www.harmonykorea.go.kr/project2012/project3.asp


편견과 오해, 피해의식... 사회통합위원회가 아니라 사회갈등조장위원회로 이름 바꿔다시길.



'Random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액땜  (0) 2013.02.13
전 포스팅에 덧붙여  (0) 2012.12.24
斷想  (2) 2012.10.21
詩58 - 깃발 - 유치환  (0) 2012.10.14
옛날 사진  (0) 201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