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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드디어 봤다!
국내 개봉 전에 이미 소문을 듣고 어둠의 경로로 영화를 구해놨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참 못 보다가 이제서야 볼 수 있었다.
예상한만큼 재미있었고, 예상대로 뻔했다. 물론 보너스로 옛날 생각에 두근두근하기도 여러번. ㅎㅎ
참고로 영어제목은 "너는 내 눈의 사과(You Are the Apple of My Eye)", 원제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진연희(첸옌시) 정말 예뻤고,
배경(학교)도 예뻤고,
이 자식도 멋졌고, (사진은 여자꼬시기 궁극의 레벨 시전 중)
둘이 같이 있으니 더 예뻤다.
"그땐 세상을 정복하고 싶었지만 훗날 되돌아보니 온 세상 가득한 건 모두 너였어." - OST
1. 누군가는 <건축학개론>보다 이 영화가 훨씬 공감간다고 하는데...
공감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인 바.. 단언컨대 당신들의 학창시절은 저렇게 아름답지 않았어요^^ 대한민국 어느 고등학교도 저런 예쁜 추억의 공간이 되어 준 적이 없다. 공감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던 이상에 닿은 것 뿐. 게다가 그 이상적인 추억들은 여느 학원물 만화의 소재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 영화를 보면서 여사님과 계속 이야기한 거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선 독특하게 공유되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난 단순하게 일본 군국주의의 영향이 지금의 우리나 저 사람들에게도 아직 내재해 있는게 아닐까? 라고 했는데 너무 나간 것 같긴 하지만, 원인을 떠나 아무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3. 영화 결말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적절한 결말은 현실과 약간 차이가 있다. 영화의 결말은 남-여가 모두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현실에선 둘다 성숙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한 쪽은 그렇지 못하다. 고로 그런 적절한 결말은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 소개를 보면 "32세의 내가 17세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데, 나만 해도 영화와 전혀 다르게 만일 17세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병X아!"라고 쓸 것 같고, 스물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븅X아!"라고 쓸 것 같으며, 스물셋넷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빙X아!"라고 쓰지 싶고, 스물대여섯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개X신아!"라고 쓸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아직 나는 전혀 성숙한 인간이 못 된다.) ... 이렇게 쓰고 다시 읽어보니 이건 성숙함의 문제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 아니 깨달음이 왔다. 그냥 영화에서처럼 그 나이답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4. 이 영화도 그렇고, <건축학개론>도 그렇고, 최근의 <응답하라, 1997>이란 드라마도 그렇고, 딱 내 세대에 대한 추억팔이가 본격화되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 이전 세대들이 실제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내 세대에 대해서는 특히 추억팔이가 좀 빠르게 치고 오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연도별 인구수로 따져보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동년배들의 틈바구니에서 IMF에 취업전쟁, 스펙전쟁, 결국 생존경쟁에까지 내몰렸는데, 이젠 뭐 좀 해보기도 전에 벌써 노땅 취급 받는건가? ㅎㅎ 불쌍하게 치이며 살다 급속히 늙어버린 조로세대가 되는게 아닐지 심히 걱정스럽다.
5. 이 영화보다 <청설>이란 영화가 더 낫다는 평도 좀 보이던데 그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 진연희가 조연이라니 꼭 보고 싶네. ㅎㅎ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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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tations
책 읽을 때 중요한 부분에 표시를 하던 색연필을 거의 다 써서 쥐기가 불편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연필깎지(펜슬 홀더)를 검색해서 구입했다.
문제는 연필깎지 사려다가 필기구 덕후 기질이 발휘되어 다른 자질구레한 것도 왕창 사버렸다는 점이다. ㅠㅠ
뭐.. 그걸로 열심히 쓰고 읽으면 되겠지, 라고 후회를 애써 억누르고 있는데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온 이 편지를 보았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할머니가 2006년에 한글을 배우시자마자 쓴 편지라고 한다.
글을 배운 것은 좋은 일에 쓰기 위한 목적이 아니던가.
좋은 필기구를 장만하는 것도 아름다운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된다. 공부를 오래, 많이 하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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