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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58 - 깃발 - 유치환
깃발
- 유치환 -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向)하여 흔드는
영원(永遠)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 누구인가 ?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조선문학(朝鮮文學)],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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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누구나 아는 흔한 시이지만,
요즘 이 시를 새삼 다시 곱씹게 되었다.
버스나 지하철에 우르르 몰려 타는 사람들을 볼 때도, 학교에서 일터에서 아둥바둥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SNS상에 무언가 격정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볼때도,
그리고 그 무리에 속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도.
다른 대목보다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부분이 계속 떠오른다.
모두가, 정말 각자 모두가 소리 없이 아우성 치고 있다.
이 시대를, 혹은 인간사를 저만큼 통렬하게 표현하는 말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저 시는 '이상에 대한 열망과 좌절'이란 해석이 따라붙는데,
모든 인간들의 삶이 정말 그러하다.
비썩 마른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들이 유령처럼 모두의 하늘을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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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옛날 사진
어쩌다가 옛날 사진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두 시간쯤 사진만 들여다 본 것 같다.
인생 참 별 거 아니네.
지나고 나면 한 장 사진에 불과한 것을.
대부분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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