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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단상
여름인데 여행도 못 가고 해서 여행기를 찾아 읽었다.
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자유로운 영혼의 일본인이 쓴 여행기인데..
사실 여행기라고 쓰기도 민망하고 그냥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일기(?)도 아니고 그냥 그때 그때 쓴 메모들을 편집해서 낸 책이다.
책을 추천한 분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최근 읽은 책 중에 이렇게 돈이 아까운 책이 없었다.
추천받고 구입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인터넷 서점의 서평들이 꽤나 훌륭해서, (특히 크게 감동받았다는 감상평이 많아 호기심이 일었다) 한 번 사 봤는데 글쎄.. 사진도 별로고, 글도 별로고 뭐가 좋다는건지. 게다가 내용이 워낙 없어서 꼼꼼히 봤는데도 30분 정도만에 다 읽은 것 같다.
걸핏하면 가족 전부가 해외여행을 간다는 사람이니 그런 행동거지는 분명 범상치 않은 것이지만, 여행기의 내용은 누구나 여행지에서 느낄만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라리 여행 자주 다니는 친구의 페이스북이 더 다채롭고 재미있는 느낌. 사진도 너무 조악하고 글도 너무 유치찬란해서 오글오글 하다가 출판정보를 살펴보니 2001년에 나온 책이었다.
어쩐지....
예전 홈페이지를 블로그로 옮기면서 10년 전 내 글과 사진들을 다시 볼 때의 딱 그 느낌이네.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말이다.
(한데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2012년에 나왔고, 서평도 꽤 좋다는 사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10년 전엔 이런게 먹혔고, 인기도 끌 수 있었지만 강산이 채 바뀌기도 전에 요즘 세상에선 세계 일주도, 해외의 사진도 희귀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짧게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건 트위터와 페이스북 덕분에 정보 과잉을 걱정해야 할 정도.
취향과 경험이 평준화되고 있다. 얼리어답터와 헤비블로거가 점차 사라져가는 이유도 바로 이거겠지.
이 책과 함께 한 권을 더 구입했는데 바로 이 책이다. 깨알 같이 재미있다는 평이 많은데.. 글쎄.
이건 좀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추가)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를 좀 읽어 보았다.
지도에 없는 나라의 여행 안내서라는 개념 자체는 기발하고, 론리 플래닛과 동일한 구성에 모든 내용을 상상으로 창조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꼼꼼함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풍자를 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내용은 많이 불편하다.
몰바니아라는 가상의 동유럽 못 사는 나라를 필자들은 정말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고, 비하하고 있다. 이런 내용에 유머코드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나는 빵 터지는 웃음이 아닌 씁쓸한 웃음만을 계속 짓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책을 끝까지 못 읽고 일단 덮어버렸다.
뭐.. 내가 아직 읽지 않은 부분에서 더 훌륭한 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예 안 보겠다는 건 아니고, 틈틈히 그리고 대충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이 책도 들은 것 만큼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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