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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11. 02:10
詩57 - 와유(臥遊) - 안현미
와유(臥遊)
- 안현미 -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 『이별의 재구성』(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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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하는 말이지만,
비를 좋아한다.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한다.
비 내리는 날, 창 밖을 바라보면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고, 푸릉푸릉하려는 나무들을 보고, 유리창에 맺힌 방울방울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에 서늘한 기운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은 가을비가 급하고 세차게 몇 번 다녀갔다.
나는 옛날을 들여다보기 전에 얼른 자야지.
술을 퍼마시기 전에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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