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12. 9. 23. 19:27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드디어 봤다!

국내 개봉 전에 이미 소문을 듣고 어둠의 경로로 영화를 구해놨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참 못 보다가 이제서야 볼 수 있었다.

예상한만큼 재미있었고, 예상대로 뻔했다. 물론 보너스로 옛날 생각에 두근두근하기도 여러번. ㅎㅎ

 

참고로 영어제목은 "너는 내 눈의 사과(You Are the Apple of My Eye)", 원제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진연희(첸옌시) 정말 예뻤고,

 

배경(학교)도 예뻤고,

 

이 자식도 멋졌고, (사진은 여자꼬시기 궁극의 레벨 시전 중)

 

둘이 같이 있으니 더 예뻤다.

 

"그땐 세상을 정복하고 싶었지만 훗날 되돌아보니 온 세상 가득한 건 모두 너였어." - OST

 

 

1. 누군가는 <건축학개론>보다 이 영화가 훨씬 공감간다고 하는데...

공감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인 바.. 단언컨대 당신들의 학창시절은 저렇게 아름답지 않았어요^^ 대한민국 어느 고등학교도 저런 예쁜 추억의 공간이 되어 준 적이 없다. 공감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던 이상에 닿은 것 뿐. 게다가 그 이상적인 추억들은 여느 학원물 만화의 소재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 영화를 보면서 여사님과 계속 이야기한 거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선 독특하게 공유되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난 단순하게 일본 군국주의의 영향이 지금의 우리나 저 사람들에게도 아직 내재해 있는게 아닐까? 라고 했는데 너무 나간 것 같긴 하지만, 원인을 떠나 아무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3. 영화 결말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적절한 결말은 현실과 약간 차이가 있다. 영화의 결말은 남-여가 모두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현실에선 둘다 성숙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한 쪽은 그렇지 못하다. 고로 그런 적절한 결말은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 소개를 보면 "32세의 내가 17세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데, 나만 해도 영화와 전혀 다르게 만일 17세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병X아!"라고 쓸 것 같고, 스물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븅X아!"라고 쓸 것 같으며, 스물셋넷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빙X아!"라고 쓰지 싶고, 스물대여섯의 내게 편지를 보낸다면 아마 "이 개X신아!"라고 쓸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아직 나는 전혀 성숙한 인간이 못 된다.) ... 이렇게 쓰고 다시 읽어보니 이건 성숙함의 문제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 아니 깨달음이 왔다. 그냥 영화에서처럼 그 나이답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4. 이 영화도 그렇고, <건축학개론>도 그렇고, 최근의 <응답하라, 1997>이란 드라마도 그렇고, 딱 내 세대에 대한 추억팔이가 본격화되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 이전 세대들이 실제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내 세대에 대해서는 특히 추억팔이가 좀 빠르게 치고 오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연도별 인구수로 따져보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동년배들의 틈바구니에서 IMF에 취업전쟁, 스펙전쟁, 결국 생존경쟁에까지 내몰렸는데, 이젠 뭐 좀 해보기도 전에 벌써 노땅 취급 받는건가? ㅎㅎ 불쌍하게 치이며 살다 급속히 늙어버린 조로세대가 되는게 아닐지 심히 걱정스럽다.

 

5. 이 영화보다 <청설>이란 영화가 더 낫다는 평도 좀 보이던데 그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 진연희가 조연이라니 꼭 보고 싶네. ㅎㅎ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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