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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본 지 며칠되서 감상의 느낌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대강이나마 평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에 글을 남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피에타(Pietà)는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하는 말이다.
또한 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저 조각상의 모티브를 차용해서 포스터도 찍고, 영화 내용에도 모성과 마성(복수심), 동정의 교묘한 접점을 찾으려 했지만 그러나 여러 시대, 여러 작가의 피에타 중 굳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활용한 건 조금 아쉬운 감도 있다. 물론 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워낙 조형미나 균형감이 뛰어나고 유명해서 그런거지만, 그런 만큼 영화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미켈란젤로의 저 피에타에서 성모님의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아들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우며 저 표정을 자세히 보면 단순히 눈을 감고 있을 뿐 비탄의 감정을 찾기 쉽지 않다. 미켈란젤로의 다른 피에타상이나 다른 작가들의 피에타상, 그림들을 몇 개만 살펴보아도 성모님의 기괴한 표정과 예수님의 사지가 뒤틀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그 점에서 저 작품이 얼마나 심미주의적 의도에 치우쳐져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저 조각상에 대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저 피에타 상은 미켈란젤로의 수많은 조각상들 중 유일하게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상이다. 그 이유인 즉, 미켈란젤로는 성당의 주문을 받아 저 피에타 상을 제작했는데 완성 후에도 성당에선 찾아갈 생각도 않고, 돈도 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성당에 저 조각상을 실어가서 그냥 던져두고 왔는데, 그 때만해도 젊고 무명이던 미켈란젤로의 작품임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당대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회자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미켈란젤로는 다시 새벽에 몰래 성당에 들어가 조각상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성모님 가슴의 띠에다가 '피렌체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제작(MICHEL. AGELVS. BONAROTVS. FLORENT. FACIEBAT)'이라고 새기고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새기고 돌아오는 길에 동트는 새벽의 풍광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는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도 이 세상에 자기 이름을 새겨놓은 곳이 없는데, 감히 나 따위가 이름을 남기려 했구나.'하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는 그 후로는 자신의 조각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뭔가 너무 훈훈해서 후세에 갖다붙인 티가 좀 나지만... 미켈란젤로의 이름이 남겨진 조각이 저것 뿐이라는 건 아무튼 사실이다.
각설, 영화로 돌아와서
위의 아쉬움과 함께, 영화는 역시 김기덕스러웠다. 메타포라고 하기도 뭣한 그냥 강렬한 직유,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필연적인 허세와 유치함. 그러나 그런 단점들조차도 무마시키는 강한 흡입력. 김기덕이 바뀐 점은 거의 없었고, 결론 역시 지금까지 김기덕 영화들이 그래왔듯 저게 뭔가 싶은 이상한 봉합으로 끝났다.
음.. 개인적 생각으론 최악의 현실을 보여주는데는 대단히 재능있는 분이시지만, 그에 대한 대안이나 해결 가능성이 전혀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이젠 좀 식상하다는 감도 든다.
차리리 영화 중간의 대사 한 부분 - "내가 돈 받아오라고 했지, 언제 병신만들라고 했어?" 이 영화 전체 내용보다 더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현대인들의 세상살이와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자세가 저 대사 하나에 다 녹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큰 상 수상 이후의 여러 논란들과 김기덕 감독에 대한 여론 등등을 보고 있자니, 대외적 유명세나 포장이 더 주목받고 그 와중에 본질은 실종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마치 균형미와 조형미 때문에 유명하지만, 그 와중에 이름에 담겨있는 슬픔이나 비탄의 의미는 오히려 축소되어버린 저 조각상 같다고 할까. 그 와중에 김기덕 감독은 공명심과 피해의식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인터뷰를 계속해서, 작품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자기 이름을 새기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ㅎㅎ 이건 조각상 이야기에 너무 억지로 갖다 붙이는 건가?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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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글
斷想
#1.
결국 SK와 롯데가 5차전까지 갔구나. 라이온즈 팬에겐 좋은 소식인가?
#2.
롯데란 이름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온 것이다. 어릴 적부터 롯데를 꾸준히 접해왔지만 이름의 연유에는 관심을 둔 적이 없었는데, 재작년인가? 롯데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비로소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막연하게 신화 속의 동물이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해태의 영향이겠지?) 신격호 회장이 창업 당시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을 고민하다가 베르테르의 열렬한 구애의 대상인 샤를로테처럼 사랑받는 기업이 되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샤를로테의 애칭인 로테를 일본식으로 쓴 게 롯데가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정말 깜짝 놀랐었다. 롯데가 그 로테였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고, 롯데라는 기업이미지와 고전문학, 그것도 괴테나 낭만주의는 너무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 또는 요새 하는 짓과 별개로 이름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 이름 중 가장 낭만적인 이름 아닌가? 그 때 탄력을 받아 다른 재벌 그룹들 이름의 유래도 함께 찾아봤지만 하나 같이 별 볼 일 없는 시시한 내용들이었다.
#3.
저런 낭만적인 이름만큼이나 롯데가 대중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 기업인지는 좀 의문이 들지만, 야구에서만은 확실히 신 회장의 뜻이 성공한 것 같다. 내 주변에도 롯데 극성팬이 많은데, 그렇다보니 나 같은 다른 팀 팬도 롯데의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보게 된다. 사실 내가 야구를 처음 보기 시작한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는 롯데가 유달리 팬덤이 넓거나 극성이란 이미지는 없었는데, 한참 비밀번호를 찍고 나더니 오히려 팬덤이 폭발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그야말로 베르테르의 로테가 되버렸다. 라이온즈 팬으로선 좀 배가 아프기도 하다. ㅎㅎ
#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선 베르테르와 로테가 함께 클롭슈토크의 시를 떠올리며 사랑의 환희에 빠지는 장면과 오시안의 노래를 낭송하며 절망에 빠지는 장면이 교차된다. 내일 과연 롯데 팬들이 듣게 될 노래는 클롭슈토크의 시일까? 아니면 오시안의 노래일까? 물론 누가 올라오든 라이온즈 V6라는 결과는 바뀌지 않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혈투를 벌이게 된 두 팀을 보니 베르테르만큼이나 참 얄궂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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