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12. 7. 30. 18:21

다크 나이트

 

 

예습 두번째, 다크 나이트.

 

감독에 대해 좀 찾아보니, 예전 <메멘토>와 <인썸니아>의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었구나. 메멘토는 엄청 기대하고 봤는데 좀 실망했던 기억이 있고, 인썸니아는 친구들이랑 시간 때우러 보러갔다가 생각보다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인셉션>도 보았고,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까지 이번에 봤으니 의도치 않았지만 놀란 감독의 필모그라피 대부분을 섭렵했네? ㅎㅎ

 

영화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것에 걸맞게 훌륭했다. 중간에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히스 레저의 카리스마가 그 지루함도 다 메워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더 지적할 점이 남았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본 사람들이 호평이든 실망이든 하나 같이 지적하는게 있는데 레이첼이 괜찮더라는 얘기다. 다크 나이트를 보니 왜 다들 그러는지 알겠다. 매기 질렌할은 글쎄.. 잘 모르는 배우이고 다른 작품에선 매력적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도 이 작품에선 확실히 미스 캐스팅인 것 같다.

 

두번째는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들이 대부분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글쎄... 이 영화의 어느 곳에서 배트맨이 고뇌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는 시종일관 자기 하고 싶은대로만 했으며, 그래서 일을 더 망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세번째는 내 직업병(?)인지도 모르겠는데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면서 조커가 만든 이벤트 중 유람선 게임에 문제가 많다. 죄수들과 군중들이 배 두대에 나눠탔고 게임이론 방식에 따라 선택을 강요받는데 둘 다 선택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글쎄.. 감독이 어떤 의도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으나 인간의 선한 본성을 보여주고 희망의 메세지를 주고 싶었던 거라면, 그 의도엔 전혀 부합하지 못했고 오히려 관객으로서 유치한 발상에 화가 났으며 감독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시지 않은가? 하는 의문만을 남겼다고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뜬금없다. 갑자기 배 두척을 띄워서 3천만 고담시민 중 단 몇 백명과 죄수들을 물 위에 데려다 놓은 이유가 무엇인가? 개연성도 없고, 설득력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이 장면과 관련해서 더 어이없는 건 화이트 나이트의 돌변이다. 선상에서 상대를 살리고 자신의 죽음을 택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고귀한 선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또 한 편에서는 영웅이자 선함의 화신이었던 사람이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돌변해서 악한, 그것도 조커같은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그냥 양아치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면 그건 안 되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그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고 그러면서 결국 배트맨이 살린게 조커라....

그것도 나름 주제의식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인간 본성에 따르면 좀 욱하는 마음이 든다. 근데 조커가 결국 죽었다면 더 실망했을 것 같기도 하고.. 취향의 문제이지만 요건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짧은 감상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지적질이 엄청 길어졌다.

그래도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훌륭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오해는 마시길 ㅎㅎ

 

 

평점은 ★★★★

 

 

p.s. 예전 <제리 맥과이어>의 명대사 "You complete me." 여기에 감명을 받아서 나도 여사님께 써먹은 적도 있는데... 뜬금없이 이 영화에 나왔다. 패러디는 아닌 것 같고.. 암튼 적절한 사용인 것 같지만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니니 영 찝찝하네. 연애시절의 알콩달콩함도 잡친듯한 이 기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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