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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발생한 권리
처갓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처갓집 바로 앞에 있는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했던 생각.
그 교회는 꽤 오래되었다고 알고 있는 이전 교회가 얼마 전 간판을 바꿔단 곳인데, 소위 말하는 교회 매매가 일어난 것 같다. 여사님 말씀으론 전 교회의 봉고차까지 그대로 양수한 것 같다고 한다. 방금 교회에서 찬송가를 열심히 부르던 분들 또한 기존 교회의 신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서 몇 번 다루어진 바와 같이, 최근 교회가 부동산 및 위치와 교인 숫자에 대한 프리미엄을 한데 묶어 재산권화 되어 매매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찬송가를 부르던 분들 또한 숫자로 계산되어 두당 얼마씩에 거래의 객체가 되었을 것이다.
한데 이러한 매매를 법은 예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서 뭉뚱그려져서 프리미엄, 권리금 등으로 불리며 사실인 관습에서 관습법화 될랑 말랑(?) 그러고 있는 것이다. 쓰다보니 불현듯 일종의 인역권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교인들의 숫자가 매매되는 까닭은 그 분들의 앞으로의 활동이나 헌금에 대한 기대권 쯤 될 것이니 인역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내가 골똘히 생각한 것은 이러한 프리미엄의 법적 지위나 성질은 아니고,
결국 그러한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교인매매를 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인 교인의 의사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어떠한 권리가 발생하였고 그 권리의 변동마저 일어나는데, 내게는 전혀 그러한 권리에 대한 처분권이 없고(이는 그러한 권리가 결국 목사가 사목활동을 잘해서 발생한 것으로서 그의 (또는 그에게 귀속 되어야 할) 권리이지 '나의 권리'는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심지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권리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러한 구조가 적법한 것인가? 아니면 법적으로 어차피 규율되지 않고 있으니, 이게 과연 합당한가?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유사한 걸 생각해보니 당장 떠오르는게 개인정보 문제였다.
개인정보는 자기결정권에 의해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에서 이미 보호되고 있고, 또한 자기결정권은 곧 개인정보가 '나의 권리'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인 매매와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그러나 개인정보는 일정한 결정 이후 일단 유통되게 되면 결정권과는 관계가 거의 사라지고, 단순한 정보로서 매매의 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발생한 권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를테면, 요즘 왠만한 사람이면 인터넷상에서 어느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내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를 해 본 적이 있을텐데, 일단 이 동의를 단 한 번만 하고 나면 이를 근거로 내 정보는 이제 자기결정권을 이미 행사한, 즉 내 권리가 아닌 사실상 동의 상대방의 권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동의받은 개인정보들은 제3자에게 팔리기까지 하고 있으니 위에서 살펴 본 교인매매와 같은 속성을 띠고, 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발생했지만 처분권은 내게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고 만다.
이걸 초상권이나 지적 재산권이랑 비교하면 어떨까? 하는 와중에 집에 도착했다.
일단은 여기까지 정리해놓고 다음에 더 생각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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