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Law Like Love 2009. 11. 28. 10:51

권리의 순위

서울지변에서 여는 커뮤니티 강연회에 다녀왔다. 이번에 열린 분야는 조세법 분야였고, 이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와 화우의 임승순 변호사께서 강의를 하셨다.

커뮤니티 강연회는 처음 가 보았는데 생각보다 참석한 분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조세법 분야는 한 40여명이 참석했는데, 듣기로는 조세와 공정거래 커뮤니티가 가장 참여도가 높다고 한다. 서울지변 김현 회장이 미국식 변호사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인사말을 하셨는데... 잘 될까 싶기도 하지만 중간 쉬는 시간에 서로 악수하고 명함돌리는 변호사들을 보니 의외로 수요가 상당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커뮤니티 강연회는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다. 전공은 18개 분과로 나뉘는데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하면 되고, 참석 회신문을 보내고 가면 된다. 변호사, 사법연수원 교수와 원생, 수도권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 중요한 걸 빼먹었는데 안내 메일에는 저녁식사는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니 쉬는 시간에 차와 샌드위치를 나눠줬다. -_- 배고플까봐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먹고 들어갔는데;;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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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짜 중요한 건 이런게 아니라;
강연회에서 들은 내용 중 기억에 남는게 있어서 좀 써두려고 한다.

소 변호사의 강연 중 납세자 권리보호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셨다. 시간이 나는대로 세법의 역사에 대해서 한번 정독을 해보고, 또한 국세와 인권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을 해보라고... 그 이유인 즉, 세금문제란게 결국 납세자들의 재산권을 해(害)하는 행위인데 이게 말이 쉽지,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겐 일정한 재산이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진 큰 덩어리의 재산이 생명, 신체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질 수도 있으며, 이번 용산 참사도 그런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설명이었다.

흔히 법을 공부한 사람들은 기본권에 대해서도 도식적인 순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헌법학에서 기본권의 충돌을 해결할 때 방법론적으로 규범조화적 해석을 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 이전에 ① 인간의 존엄성, 생명권 같은 가치 상위에 있는 권리들이 여타 권리에 우선한다는 원칙, ② 인격적, 정신적 가치가 재산적, 경제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원칙, ③ 평등실현을 위한 권리보다는 자유실현을 위한 권리가 우선한다는 원칙 등에 의해 구체적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용산사건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법관의 상식으로는 생명권 > 재산권인데, 오히려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져버린 이 사건은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덕분에 어쩔 줄을 몰라서 1심에서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 변호사님의 말씀처럼 한 권리가 개인에게 가지는 가치는 도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인간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판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개인의 선택을 사회적으로 평가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런 점을 면밀하고 세심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인권은 다수자의 향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상식적인 가치판단과 다른 우열관계를 기초로 행위하였다 하여 그에게 패널티를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납세자 보호와 세법의 역사에서 시작해서 인권과 소수자 보호까지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_-
정리해보면, 법적 사고의 기초는 충돌하는 가치 사이에서의 균형과 조화, 즉 사회적 밸런스를 잡는 일이고, 이를 위해 충돌하는 양자를 비교할 때 그 권리 혹은 가치는 일정한 경향성은 있으나 일률적인 우열관계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구체적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이 때에는 상식을 떠나서 생각을 해 볼 필요도 있다.
마크 트웨인의 이 말을 명심할 것. "당신 자신이 다수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때는 바로 잠시 멈춰 서서 성찰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