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2. 12. 17. 11:47

콜럼버스의 달걀세우기와 싸우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해외에서 오래 지내다가 온 내 친구의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뉴스만 보면 머리가 아팠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때이다.

서로 주장하고 반박하고 토론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정의와 자유와 평등과 진리를 설파한다. 하지만 이제 내 또래(그리고 그 이상)의 우리나라 사람들(나를 포함한...)은 자기 나름의 가치체계라는 것이 존재하고, 어렸을 때부터 토론의 문화 자체에 대한 교육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다.

하지만 한가지는 명확하게 해야할 것이 있다.
이론의 문제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사이에서는 시대의 자산으로서 쌓여 온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체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시대적 기본 가치관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전제되는 명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 '남녀는 평등하다'라는 명제 자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그 후의 구체적 각론에 대하여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한 사람이 갑자기 "어, 내 기준에 따르자면 남녀는 평등하지 않은데?"라고 말하면서 다시금 이 문제를 부상시키고, 다수의 사람들이 그 동안의 사회적 논의들과 이론들을 들이대면서 논리적으로 설명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의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르겠고, 어쨌든 내 기준으로 하면 남녀가 평등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정말 한대 때려주어야 할 일이다. 그 사람의 기준에 따라 볼 때는 일견 타당함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누가 어디에 쓴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에 어딘가에서 읽은 내용인데, 자신은 콜럼버스를 좋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걸 위대하다고 가르치는 우리나라의 학교, 선생님들이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 글에 따르면 어느 사회에든지(아니면 어떤 관계에서든지) 기본적으로 그 사회 사람들이 따르고 생각하는 '룰'이란게 존재하는 법인데, 콜럼버스는 그 '룰'을 파괴해버렸다는 것이다. 그건 일종의 사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인데 그런 것을 초등학교에선 국정교과서에 실어 아이들에게 위대하다고 가르치고 있고, 그걸 자신에게 가르쳤던 선생님은 사기꾼의 사기치는 모습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걸 보니 어린 나이에도 어처구니가 없었고 선생님도 싫어졌다고 하는데... (아~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권혁범 교수님의 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닌가? ㅡ_ㅡ;; 아... 늙을 수록 기억력이 나빠지는 걸 느낀다.)

나는 이 이야기가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초등학교 때 저 이야기를 배우면서 입을 헤~ 벌리고 '정말 대단해'라고 생각한 어리석은 아이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솔직히 나 자신도 기본적인 '룰'이란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고 실제로 잘 따르지 않기는 하지만 ㅡ_ㅡㆀ 이건 나 자신의 범위 내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내 '룰'을 다른 사람에게 들이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구조 속에는 아직도 '하면 된다'라는 명제가 깊이 박혀있는 듯 하다. 하긴 초등학교 때부터 사기를 쳐서라도 되게 만들어라, 라고 배워왔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토론)에 있어서 자신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들이대고 강요하는 모습들은 정말 지양해야 할 것이다.


뱀다리) 이 글을 쓰면서 정말 고심을 한 게 무엇이냐면... 지금 내 생각이 이렇긴 하지만, 고루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대학에 오고 나서 내가 가장 두려워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전공인 '법'을 공부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머리가 고루해지고 딱딱/보수/우경화/창의력쇠퇴/건조해지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나쁜 놈이지만 아주 쪼오금은 그렇기도 하다.ㅡㅡ;;) 그런데.. 참... 저런 글을 써놓으니.. 내가 저런 내용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체가 상당히 생경하고, 아직도 모든 가치들 중에서 '다양성'을 최고의 지향점으로 생각하는 나인데... '룰'이란 잣대를 가지고 가치 판단 문제에 있어서 저렇게 선을 확 그어버려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드는 것이다.

뱀다리 두번째) 이 문제는 며칠 전에 쓴 '자신만의 세계' 문제와는 궤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아까 게시판을 보다가 하도 어이없게 싸우는 사람들을 보고 몇 자 두드려 놓는다. ㅡ_ㅡ;;;;



* BGM : 인생은 아름다워 OST - La vita e belle


* ⓦⓘⓝⓓ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8-03 13:51)

12/19

조금 전에 우리 정치사에서 또다시 '룰'이란 것이 하나 깨졌다. 참... ㅡ_ㅡ
인생은 아름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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