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Law Like Love 2003. 8. 29. 01:49

한국인의 이중적 법의식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권력'과 그 지배에 대해서 상당한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면은 법에 대한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근대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권부와 지도층이 정당하게 성립하지 않았고, 그 지배 양태 역시 올바르지 못했던 데서 첫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그런 그들의 전횡을 '법'이라는 장치가 심판하고 단죄하기는 커녕 오히려 절차적으로는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어거지로라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았던 데에서 또다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약간 덧붙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태도는 권력과 그로 인한 타인에 대한 구속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지배'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는 것 같다는 얘기죠. 여기에 대해서는 사회계약론과 수정민주주의 정도를 떠올려 주시고.. 음.. 거기에 대해서는 실제로 별로 저항이 없죠?)

그렇지만 법에 대하여 이렇게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퍼져있는 불신감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게 되면, 또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제일 처음 '법'이란 것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싸움이 나거나 하면, "법대로 하자고!!"라고 소리치는 경우는 겪어본 일이 다들 있으시죠?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이런이런 일(주로 억울한 일)이 생겼는데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상당히 많은 것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와 같이 우리 한국인들은 법에 대해서 자신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다들 내면화시키고 있는 듯 합니다. 겉으로 강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말이죠.

이렇게 한국인들은 법에 대하여 어느정도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물론 일반화했을 경우에 그렇다는 겁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왜곡된 법의식이 사회 혼란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렇게 쓰고 보니 저 자신이 아주 보수적인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상당히 싫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하여 법을 지켜야하는 일에는 법에 대한 불신감을 앞세우며 스스로가 준법을 거부해버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법이 꼭 지켜져야 할 때는 얼른 법을 자신의 방패로 삼아버리는 그런 행태가 쉽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소위 우리사회 지배층들이 실제로 지금껏 그런 짓을 해왔고, 그 때문에 호위호식해왔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그런 짓을 해도 된다고 하진 않으시겠죠? ^^;;)

음.. 제가 그동안 제 전공을 그리 열심히 공부하진 않았지만, 얕게 나마라도 해 본 바로는, 우리나라 법체계 자체는 예상 외로 상당히 논리적이고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동안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어이없는 짓거리들을 해대는 통에 불신감을 자초하긴 했으나;;; 사회가 발전하고 의식이 고양됨에 따라 요즘은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고, 나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나아지는 것에는 '법'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도 자신의 이중적인 태도를 돌아보고, 고쳐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물론 '법'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갑작스레 이런 걸 써놓는 이유는^^;;
이제부터 조금씩 법에 대한 이야기들도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전에 여러분의 마음에서 법에 대한 불신감을 조금이나마 걷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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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얼굴'에 전송한 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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