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4. 1. 28. 07:13

문창극 까대기라..

[문창극 칼럼] 이승만 自主, 노무현 자주

한.미관계사에서 가장 자주적이었던 인물은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이 나라 좌파들은 그를 친미분자, 미국 앞잡이로 매도하지만 우리 현대사에서 미국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낸 인물은 바로 그였다.

자주란 무엇인가. 국가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국가이익의 최우선은 국가의 보전이다. 정치나 경제는 잘못되면 나중에라도 고치면 된다. 그러나 나라 울타리가 무너진 뒤에는 모든 것이 끝장이다. 이승만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립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인물이었다.

*** 이승만은 모든 걸 걸고 협상 나서

한국전쟁에 개입한 미국은 전쟁이 길어지자 휴전을 서둘렀다. 발을 빼고자 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그 상황에서 미군이 빠진다는 것은 한국의 붕괴라고 믿었다. 지도를 보라. 중국.소련에 맞닿은 한국이라는 약소국이 과연 공산화 안 되고 생존할 수 있었겠는가를…."공산화되면 어때, 통일이 제일이지"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가 미국을 붙잡아 두려고 맺은 조약이 한.미방위조약이다.

당시 한국은 미국의 협상 대상조차 안 될 정도로 미약하고 가난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뜻에 반하여 반공포로를 석방했고, 단독으로 북진통일을 하겠다고 고집했다. 조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골치 아픈 그를 제거하기 위해 '에버레디'라는 쿠데타 계획까지 세웠다.

클라크 사령관은 "이승만은 자신의 요구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잘 알면서도 이러한 요구를 협상의 무기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덜레스 국무장관은 이승만에게 "미국은 역사상 어떤 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것을 양보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던 이승만은 미국의 앞잡이가 아니라 자주적인 인물이었다. (拙著, '한.미 갈등의 해부', 나남)

미군의 한강이남 재배치 협상이 끝났다. 미군의 휴전선 인계철선 역할은 이제 끝났다. 북한이 도발한다 해도 미군이 자동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은 앞으로 없다. 미국은 북핵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을 선제 공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입장이 되고 싶었지만 한강이북의 미군이 문제였다.

북한의 방사포 사정권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 노동신문은 미군의 한강이남 재배치에 대해 "미제가 일대일로 맞붙어 싸우는 전쟁을 피하고 먼 지역에 기지를 잡고 비행기와 미사일로 선제 타격, 집중 공세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2003.11.19).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미군의 안전도 지키고 선제 공격할 환경도 마련했다. 원하던 것을 다 얻어냈다. 아니, 말려야 할 한국 정부가 멍석을 깔아줬으니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미군의 한강이남 재배치로 전쟁위험은 더 높아졌으며, 미군의 방어력도 이제는 없어졌다.

1백여년의 외국군 기지가 없어졌다고, 용산공원이 생겼다고 좋아할 일인가. 반전.반미를 외치는 사람들이 정말 반전을 원한다면 미군을 한강이북에 붙잡아 두어야 했다. 미국은 언제나 세계전략 속에서 한반도를 보아왔다. 한국이 예뻐서 따로 생각해 주지는 않는다. 강대국이란 언제나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 그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끝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반(反)테러라는 세계전략 속에서 자신의 국가이익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것이다.

*** 입술만으로 '자주' 보장되진 않아

보통시민들이 "지금 안보상황은 안전한가"를 점검하며 살 수는 없다. 그 염려는 당연히 국가운영을 책임 맡은 자들의 몫이다. 지금 국가 운영자들은 이 시절의 국가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 "반미 좀 하면 어때"하며 어깨를 으쓱한다고 자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반미가 자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자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북한을 막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혹시 이 정부가 북한은 전쟁 능력과 의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별개의 논점이다).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는 원초적으로 자주에 한계를 지닌 나라다. 미국이 나가면 그 힘의 공백을 다른 강대국이 메우러 나선다. 줄타기 외교든, 동맹외교든 해야 한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번 협상에서 무엇을 얻어냈는가. 자주를 한다고 미군을 보냈으면 북한의 방사포는 우리 손으로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미군이 쓰던 방어무기라도 인계받아야지, 미군에게 이전비까지 다 주고 얻어낸 것이 당연히 우리 땅인 용산공원뿐인가. 이번 협상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분위기로, 입술로 자주를 하자는 선거전략인가. 나라 장래가 걱정된다.

문창극 논설주간


--------------------------------------------------

지윤이 미니홈피에 '문창극 까대기'란 폴더가 있다.
왜 하필이면 문창극일까? 수구적 언론계를 꼬집기 위함이라면 더 큰 전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스타 플레이어 조갑제나 김대중이 낫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었다. 문창극이야.. 뭐, 민언련 리포트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봤을 뿐, 그것도 조중동 구색맞추기로 한 명 끼워넣는 건 줄 알았는데...

어제 아침에 신문을 보고 나서 오오~ 생각이 싹 바뀌고 말았다. 저 칼럼을 보라! 류근일, 김대중 정도는 울고 가고, 조갑제도 형님으로 받들어 모실만한 꼴통논리를 그야말로 유려하게(?)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딱 두가지만 보자.
그는 말한다. "국가이익의 최우선은 국가의 보전이다. 정치나 경제는 잘못되면 나중에라도 고치면 된다. 그러나 나라 울타리가 무너진 뒤에는 모든 것이 끝장이다."
어쩌면 저렇게나 변절한 친일파들의 논리와 똑같은 것인지.. 백보 양보해서 국가이익의 최우선까지는 인정해 줄 수 있다고 치더라도 저들이 "나중에라도 고치면 된다"라고 저렇게 뻔뻔스럽게 말할 수 있다니. 저렇게 말로는 쉽게 찍 내뱉을 수 있는 걸 우린 아직도 못해서 친일인명사전을 가지고 그 난리를 치고 있다. 정치에 있어서 나중에 고친다는 건 경험론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가지, 어떻게 저런 어이없는 말빨로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있는 것인지!! 저 글을 읽다보면 해방 후 한국은 자체로도, 그리고 세계 정세적으로도 별 볼일이 없는 개차반이었는데 이승만 때문에 미국이 큰 은총을 베풀어, 우리를 구원해주는 한미방위조약이 맺어졌다는 양 쓰고 있다. 정말 기발한 논리다. 저기 나열된 사실들은 그것만으로도 아주 왜곡된 사실이고, 또한 그 사실들 사이에 저런 식의 연관관계를 가질 수도 없다. 저걸 올바르게 다시 쓰자면 "우리나라는 해방 후 국제정치적으로 분단과 냉전의 심화 등으로 동북아 정세의 중심에 놓여있었으며 특히 6.25전쟁 후 우리나라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인식한 미국은 동북아 방위전략을 새롭게 편제하면서 자신들의 꼬봉이었던 이승만을 조종하여 미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한미방위조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한미방위조약은 아직도 어느정도 우리나라를 속박하고 있다." 이렇게 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두가지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내친김에 한 개 더 써야겠다. 바로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이다. 예전 미군철수 이야기부터 SOFA개정, 요즘의 미군재배치 등 미군이야기만 나오면 빠짐없이 수구아저씨들이 들이대는게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이다. 우리 문창극 아저씨도 예외가 아니다. 스스로 얼마나 절망하셨는지 아예 글 속에서 엄숙히 선포하고 계신다.
"미군의 휴전선 인계철선 역할은 이제 끝났다. 북한이 도발한다 해도 미군이 자동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은 앞으로 없다."
없긴 뭐가 없다는거냐? -_-;;; 국제정치를 조금만 접해 본 사람이라면 미국의 세계전략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전략 속에서 주한미군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문창극 아저씨도 다 알면서 왜 저렇게 뻥을 치는 건지..
게다가 북한이, 미군이 한강 밑으로 내려갔다고 얼씨구나하면서 이제 우리가 쳐내려 가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겠지, 하고 서울에 방사포를 쏟아붓겠는가?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똑똑해서 그런 말엔 코웃음을 칠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부터 인계철선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미국이 우리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지들 멋대로 대북선제공격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나도 정치학을 접해보고 나니 미군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건 알게 되었다. 아니 미군문제 뿐만이 아니라 친미-반미의 문제, 자주문제 이런 것들이 모두 녹록치 않은 것들이었다. 내가 이전에 학생운동이랍시고 따라다니며 줏어들은 단순 논리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는 분명 아니었다.
그렇지만 저런 식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 - 미군재배치를 이승만에 갖다붙이더니 이승만은 진정한 애국자였고 미국이 황당해했다고 자주외교 실현이되었으며 그게 또 갑자기 노대통령의 입술로 가서 이러쿵저러쿵하다가 끝내는 나라가 걱정된다고 마무리되는 눈물어린 칼럼이 탄생할 정도의 - 에 휘둘릴만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문창극 아저씨의 다음 칼럼이 기대된다.
후아~

'Random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게 경쟁력  (0) 2004.05.04
詩9  (0) 2004.04.25
詩8  (0) 2004.01.15
과정의 거부  (0) 2004.01.07
나 그리고 고시  (0) 200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