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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고시
그대 그리고 고시
많은 우리 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사법시험을 비롯한 각종 고시에 응시하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고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의 강의실은 학생들로 넘치고 도서관은 법전과 문제집으로 가득차는 반면, 학우들의 학교생활은 황폐화하고 전공강의는 공동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매우 귀에 익다. 우리 학생들이 그토록 고시에 매달리는 이유에 관하여 "서울대학생들이 신분상승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빈정거리는 이도 있지만, 나는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내가 읽은 것은 신분상승의 열망보다는 [불안]과 [조급]이었다.
우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의 근원은 스물 몇의 여느 젊은이들이 가지는 그것보다 궤적이 길다. [서울대 진학]을 유일한 목표로 청소년기의 모든 정열을 소진한 우리 학생들에게 서울대 합격은 아마도 중고교생활을 청산하는 멋진 복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만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소박했던 고교시절의 소망과는 달리, 졸업이 가까와 옴에 따라 문제의 해결은 커녕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현실이 그 복음이 있던 자리를 대신할 때 즈음엔,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장래에의 불안이 그대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이십대의 나이에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불안의 존재 자체라기 보다는 그것을 너무 빠른 시간내에 해소하고자 하는 조급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시의 합격은 사회적 승인, 직업의 결정, 경제적 자립, 군입대, 심지어 결혼과도 같은 많은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것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서울대진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문을 외웠던 많은 학생들이, 이번에는 고시합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같은 자기최면을 걸며 총무처에 1만원짜리 인지를 내미는 것이 아닐까. 남보다 잘하는 장기(長技)라면 [시험보기]라고 자부하는 우리 학생들이 말이다.
불안이야말로 성장의 참된 친구이다.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바로 젊은이의 의무이자 특권이며, 많은 성취들이 그러한 불안을 동인(動因)으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책없는 나태가 아니면 "어떤 건지 시험이나 한번 치러보지 뭐," 하는 안이함으로 젊은 날의 성장통(成長痛)을 국소마취하려는 조급함을 자주 본다. 어떠한 막막함도 황금처럼 소중한 학창시절의 해이와 나태에 대한 변명의 구실이 될 수 없으며, 자신에 대한 치열한 뒤돌아봄 없이 성급하게 고시에 함몰하는 것은 그대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무책임한 유기이다.
늦은 가을이 되어야 가장 풍성한 과일을 수확할 수 있듯이, 우리 인생의 열매를 거둘 시기는 아직 멀리 남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 학생들이 다시 새겼으면 좋겠다. 가슴떨리는 불안을 연료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준비하며 남은 대학생활의 하루하루를 밝혀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그대들의 자아를 실현하는 길이 법조인이나 공무원만은 아닐 터인즉.
(대학신문, 1998년 4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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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신 김난도 교수님, 우연히 글을 몇 개 보게 되었는데 정말 멋진 분이신 것 같다.
몇 개 봤던 교수님 글이 상당히 쿨해서,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이름밖에 몰랐는데도 불구 이래저래 검색을 하다가 글을 더 보게 되고 더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가 교수님 홈페이지까지 찾아내서 가보게 되었었다. ^^;; 이글에 링크 걸어두겠으니 들러보시길..
제목대로 이제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법은 내 적성이 아니다. 고시는 더더욱 아니다. -_- 법이란 학문이 나한테 상당히 어필하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편하다, 사회일련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는 법적 지식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뭐 그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다. (사실, 그 정도라고 하긴했지만 대단한 거긴 하다.. -_-;;; 사회의 흐름을 머리속에서 일목요연하게 그려내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교수님의 말씀대로(교수님의 저 글을 읽고 나서 그랬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난 내 인생의 열매를 거둘시기는 멀고 멀다고 생각하면서 내 불안감을 뿌리쳐버리고, 진정 내가 원하는 걸 찾기 위해서! (..라기 보단 그걸 빙자하여 그저 놀았지... ㅠ.ㅠ) 아무튼 지금껏 그냥저냥 호기심이 이는 것들마다 다 낑겨서 해보면서 살아왔는데 그러고 나서 보니 이제서야 막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이다.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저만치 멀리 달려가 있고 나만 남겨져서 남들이 대학입학하기 전에 이미 끝낸 고민(뭐 할까? 라는..)을 이제서야 한답시고 삽질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뭐 사실 고민을 한다고 해봐야 원래 걱정이 별로 없는 성격이라 남들이 하는 고민 반의 반도 안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나이를 먹어간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살아도 되긴 한데,
문제는 역시 외부요인이다.
헹.. 여기까지 쓰고 보니 어김없이 밀려드는 회의감
또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니 -_-
관두자 관둬~~
글을 끊었으니 bgm이라도 깔아야지 하고
먼저 떠오른 곡인 Chris Cagle의 I breathe in, I breathe out을 찾았으나 실패, 그 담 생각난 Sonic Youth의 Teen age riot을 찾았으나 또 실패..
mp3라도 받아서 내 계정에 직접 올리고 링크시키려했으나 소리바다, 당나귀 모두 찾을 수 없다는 ㅠ.ㅠ
왜 저런 명곡들을 아무도 안 듣는 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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