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4. 10. 7. 20:11

옛날 이야기4

 

지난 번에 예고했던대로 이번엔 상인(商人)이란 말의 유래를 설명하겠다. 훗훗 무슨 선생님이 된 기분;;

우리들이 흔히 은(殷)나라라고 알고 있는 나라는 상(商)나라라고도 불린다. 사마천의 사기에 은이라고 되어있고, 은허가 발굴되면서 지금은 은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그 나라는 원래 상나라였던 것이 은 땅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다른 나라들에 의해 은이라고 불렸고, 실제 그 나라 백성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계속해서 상이라고 칭했다.(모든 갑골문에 그렇게 나타남)

전에 말한대로 은나라는 주나라에 망한 후 송(宋) 땅에 봉해졌고 그 후 송나라라고 불렸다. 그러나 주나라는 또한 은나라의 세력이 다시 크는 걸 막기 위해 척박하고 좁은 땅만을 내어주었을 뿐이며, 그 유민들도 한데 모아둔 것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서 송 땅 외에도 중국 각지로 강제로 분산시켜버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옛 은나라 유민들은 받은 땅이라고는 좁고 척박하고, 더 심하면 생전 처음 보는 곳으로 강제로 옮겨졌으니 땅을 파서는 먹고 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정치적으론 거의 봉쇄당해버리고 사람들의 은근한 무시까지 더해지니 이 사람들이 택할 길이 무엇이겠는가?
악착같이 돌아다니며 교역에 뛰어드는 수 밖에 없었다. (유태인들이 생각난다. 세계의 역사는 모두 비슷하다.)
조건은 괜찮았던 것이 주나라가 강제로 분산시켰던 각지의 은나라 유민들이 바로 교역 네트워크를 이루는 초석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교역하는 일을 '상나라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해서 '상업(商業)'이라 칭했고, 그 후에 그 말이 굳어지면서 교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상인(商人)'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이지만 여기에도 역시 망국의 애환이 담겨있다는 걸 알고나면 왠지 숙연해지지 않나?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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