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4. 10. 7. 19:40

옛날 이야기2

지난 번에 망국으로 인해 무시당하고 살았던 기나라 사람들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또 있었고, 또 하나의 고사가 거기에서 나왔다.

지난번 기나라는 하나라가 은나라에 무너진 후 그 하나라 일족을 기나라 땅에 제후로 봉하였고 그 후로 세간의 무시를 받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 은나라도 또한 주나라에게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주나라도 또한 은나라 일족을 송(宋) 땅에 제후로 봉했다. 역시 망국의 나라이므로 기나라와 같이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랄까...(그 후 춘추전국시대 들어 송나라는 강국이 된다.) 그 송나라와 송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도 바보스럽단 종류의 고사가 생겨났다.

'수주대토(守株待兎)'란 말이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이 토끼를 기다리던 농부가 바로 송나라 사람으로 되어 있다. 전에 기우에서도 말했다시피 진짜 송나라 사람일 수도 있으나 업신여김을 받던 송나라 사람이 멍청한 역할을 뒤집어썼을 공산이 크다.

또 한가지, '송양지인(宋襄之仁)'이란 고사도 유명하다.
송양공이 초(楚)와 싸울 때 송군사는 강 이쪽에 먼저 진을 치고 있고 초나라 군사는 강을 건너 넘어오는 중이었다. 이 때 한 장수가 적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 치기를 권하자 그건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고 그렇게 이겨도 이긴게 아니라며 청을 물렸다.
강을 다 건넌 초군이 진용을 정비하고 있을 때 또다시 그 장수가 치길 권했다. 하지만 송양공은 다시 군자는 남이 어려울 때 괴롭히지 않는다며 듣지 않았다.
결국 송나라는 이 싸움에서 크게 패했다고 한다.

이 고사는 쓸데없이 명분을 내세우거나 인정을 베풀다가 오히려 자기가 크게 당할 때 쓰는 말인데 여기도 역시 송나라에 대한 비웃음이 담겨 있다.
망국의 수치는 후에 다시 강국이 되어도 씻기 힘들었나 보다.

아무튼 지난번 기우란 말에 대해 쓰다가 생각이 나서 써보았다. 결국 기우란 말과 수주대토, 송양지인과 같은 말엔 동병상련의 망국의 한이 담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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