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06. 6. 23. 20:07

스위트 홈의 기원

al(8952203321) 집에 왠 내가 모르는 책이 다 굴러다니나 하고 붙잡은 책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는데, 동생이 가져온 것인가? 아무튼 무지 얇아서 심심풀이 삼아 금새 읽었다. 심심풀이 삼아 읽었다는 것은 얇아서이기도 하지만, 저자도 심심풀이 삼아 쓴 것이기 때문이다. 글에서 스스로 밝히듯이 우리나라 근대 문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근대 잡지를 많이 보다보니 부차적으로 얻게 된 가정에 대한 근대 사회의 인식과 지향점을 쓴 것인데, 부차적인 것 답게 깊이가 있지는 않았고 내용에 비해 너무 거대한 제목을 달았다는 개인적 불만은 있지만,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좀 거슬렸던 것은 첫째, 결국 '행복한 가정상'이란 것이 결국 부르주아들의 이상향에 불과한 것인데 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전혀 없었다는 점. 둘째, 부르주아는 넘어간다쳐도 글에서 묘사된 근대의 이상적 가정(또는 당시 사회에서 이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가정)들은 모두 친일일족들의 가정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였다는 점. 셋째, 부르주아들의 생활 패턴이나 지향점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간 역사 자체에 대한 실망감, 이었다.

단점을 읊었으니 이제 장점도 좀 얘기해야겠지? ㅎㅎ 일제치하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제시대 → 고단하고 억압받는 식민지 백성들의 삶'만이 존재한 것은 아니로구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더 나은 삶을 구하기 마련이었고, 이는 우리나라 식민치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언제 시간이 있으면 우리나라 근대의 잡지들을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단순 호기심에서^^;)

워낙 짧은 책이라서 더 이상은 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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