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민주당에서 김이수 사법연수원장을 헌법재판관에 추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분은 국회 추천몫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특위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사실 이 자리는 원래 작년에 조용환 변호사가 추천되었던 자리인데, 천안함 문제에 대한 '확신'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이상한 행태로 인해 오랫동안 시간을 끌다가 결국 연말에 찬성 115표, 반대 129표, 기권 8표로 국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여러 매체에서 다뤘고, 인터넷에도 많이 올라와 있지만 조용환 변호사의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2011년6월28일 헌법재판소 재판관(조용환) 선출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
천안함 사건 관련 질의․응답 부분 정리
1. 인사청문회 속기록 38p
○홍일표 위원
알겠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북한 주민들로서는 나중에 통일되면 '우리가 그렇게 고생할 때 왜 남한에 있는 인권운동가들은 한마디도 안 했느냐'……
1분만 더 쓰겠습니다.
그런 데 대해서도 우리가 답변할 수 있어야 되고, 또 사실 우리 한국의 민주화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외국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 않습니까? 과거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나 외국 국제사회의 여러 가지 단체들 또는 인권연대에 의해서 이런 도움을 받은 우리 경험을 반추한다면 우리가 이것을 그냥 계속 외면하는 것은 지성인으로서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서 말씀을 드리고.
한 가지만 더 여쭤 보겠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조사 결과에 대해서 북한이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결론을 냈는데 여기에 대해서 후보자는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저는 그랬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 문제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지 그 사건에 대해서 이게 왜 생겼을까 짐작하는 바는 뻔히 다 있을 텐데, 다만 정부가 발표했던 그 자료가 정말로 그러면 아주 정확한 것이냐 이런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또 국회가 개입을 좀더 하셔서 그런 것을 대화를 통해서 설득을 하는 과정이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그런 아쉬움은 가지고 있습니다.
○홍일표 위원
이상입니다.
2. 인사청문회 속기록 57p~58p
○李恩宰 委員
그래서 전관예우에 관한 일반적인 것을 제가 여쭤봤더니 '전혀 모른다', 그러니까 전혀 이해가 되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전부 다 뭐든지 그냥 '잘 모른다', 오리발 이런 것만 하시면 어떻게 우리가 질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다음 또 하나, 제가 질의드리는 것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지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국가보안법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국민적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국회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새로운 법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李恩宰 委員
그러면 그 국가보안법이 뭐가 문제입니까?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말씀드렸듯이 국가보안법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 과정이 우리 불행한 역사의 과정이었지만 어쨌든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가지기 힘든 그런 부분이 있었고……
○李恩宰 委員
자, 그러면 제가 예를 들면 천안함.연평도 그 사건 다 알고 계시지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예.
○李恩宰 委員
천안함.연평도를, 이게 분명히 북한에서 한 것 맞지요, 북한의 소행이지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그런데 천안함.연평도하고 국가보안법 문제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고요.
○李恩宰 委員
아니, 제가 여쭤보는 것만 답변해 주세요. 제가 그것 여쭤봤습니다. 어떻게 됩니까?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李恩宰 委員
그러니까 북한의 소행이다?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
○李恩宰 委員
북한의 소행이다?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정부에서 그렇게 발표를 했고 저도 그럴 거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제가……
○李恩宰 委員
그러니까 이게 정확한 확신은 아니네요? 대강 그럴 것이다, 그러면 몇 % 확신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정부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대강 그런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십니까? 그렇다면 예를 들어서 만약에 헌재에 이와 같은 것이 문제가 돼서 판결이 나온다, 예를 들면 우리 집시법 같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게 됐는데 우리 후보자께서 헌재에 들어가셔서 재판관이 되시면 결국 이런 것에 대한 재판은 정확한 신뢰성을 가지고 재판을 못 하시겠네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신뢰성보다는 오히려 법률가로서 제가 신뢰성을 가지고 어떤 판단을 하려면 결국은 근거와 자료를 토대로……
○李恩宰 委員
시간이 없어서……
그러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헌법적인 가치관에 대한 그것이 좀 문제가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에 제가 보니까 2009년에 주진우 기자의 BBK 보도 관련 명예훼손 건, 그 항소심 문제, 그다음에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무효 소송 건 이런 것 혹시 맡은 적 있으십니까?
3. 인사청문회 속기록 68p~69p
○박선영 위원
좋습니다.
천안함 폭침은 누가 한 겁니까?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아까도 여러 번 말씀을 드렸고요……
○박선영 위원
본인의 확신을 말씀해 주세요. 정부가 뭐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확신이라고 하는 것은 제가 법률가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보고 경험을 하면 확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제가 직접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얘기는 그 사람의 어떤 신뢰성을 봐서 제가 그 말을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겠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제가 아는 어떤 북한의 문제, 또 우리 정부에 대한 어떤 신뢰성, 그것을 통해서 제가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확신이라고는, 제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아무래도 확신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선영 위원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두 눈으로 폭침 장면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없겠지요.
○박선영 위원
없지요. 그러면 지금 후보자의 답변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두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답변의 요지는. 정부가 믿으니까 그런가 보다……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확신할 수 없다기보다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박선영 위원
그러니까 지금 요지는 후보자께서 두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고 정부가 그렇다고 발표를 하니까 그냥 신뢰를 해 줄 뿐이다, 이런 말씀 아니세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예, 신뢰를 합니다.
○박선영 위원
그러신 거지요? 확신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부가 그렇다니까 그냥 믿어준다……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그게 정부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확신을 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박선영 위원
어떤 점에서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아까 말씀드렸듯이……
○박선영 위원
두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예, 그렇습니다.
○박선영 위원
것 외에 어떤 점에서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제가 직접 경험을 하고 제가 확인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확신이라는 것은 하기가 어려운 것이겠지요.
○박선영 위원
후보자는 60년생이신가요, 59년생이신가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59년생입니다.
○박선영 위원
59년생이면 6.25전쟁 이후에 태어나셨네요? 그러면 6.25가 남침이라는 것도 확신을 못 하시고 그냥 정부가 남침이라고 그러니까 남침이라고 하시는 것 아닌가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정부가 남침이라고 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역사적인 자료들이 있고 제가 그동안 역사책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남침이 틀림 없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선영 위원
그러니까 6.25는 내 눈으로 보지 않아도 확신을 하지만 천안함은 내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6.25는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서도 확신을 하신다고 그러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동의하기가 매우 어렵고 후보자께서 두 가지 사건에 대해서 적용하는 기준과 잣대가 매우 틀리다라는 점에서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조용환
어떤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저희들이 믿는다, 안 믿는다라고 하는 문제는 굉장히 가변적일 수 있는 문제겠지요. 그것이 지금 6.25라든지 천안함이라든지 어떤 이념적으로 어떤 사람을 굉장히 공격할 수 있는 이런 문제를 떠나 가지고 생각을 해 보면 그 표현을 확신이라고 하든 믿는다고 하든 사실은 자기가 경험하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을 여러 가지 환경을 통해 가지고 내가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결국 그 이상을 얘기할 수 없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서 표현을 확신이냐, 믿느냐, 뭐 이런 정도로 하는 것이겠지요.
○박선영 위원
믿음과 확신은 같은 것 아닌가요? 믿을 신(信)자 아닌가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6.25 남침은……
(발언시간 초과로 마이크 중단)
확신을 하지만 천안함 폭침은 내가 확신할 수는 없다, 이런 것 아닙니까, 계속해서 지금 말씀하시는 것이?
자, 유엔에 비전향 장기수하고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제소를 하셨어요, 유엔 인권이사회에. 그런데 한 번도 국군포로나 전시납북자에 대해서는 발언하신 기록을, 제가 검색 능력이 없어서인지 한 번도 발언하신 것이 없습니다.
전시납북자나 국군포로의 문제를 유엔이나 기타 국제 인권기구에 제소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결국 조용환 변호사는 천안함 관련 정부 발표를 본인이 신뢰하고 있으나, 확신한다는 표현은 양심상 못하겠다고 발언했다가 저런 변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속기록을 찬찬히 읽어 본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만, 저 답변은 법률가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답변이고,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보아도 준수하기 짝이 없는 답변이다.
특히 우리나라 법은 문제되는 사실을 증명함에 있어서 증명의 정도에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재판관에게 있어서 '확신'과 '신뢰'의 차이는 무의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심지어 박선영 의원도 질의 마지막 부분에서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설혹 영미법과 같이 증명의 정도에 차이를 두어, 가장 강력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beyond a reasonable doubt)'과 가장 약한 '증거우위의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 그리고 그 중간의 '명백하고 확실한 증명(clear and convinving evidence standard)'으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신뢰'라는 표현은 적어도 '명백하고 확실한 증명'에 의한 법관의 판단을 표현하는 말이다. 즉,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어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뜻 정도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속기록의 홍일표 위원은 판사로 근무를 했던 사람이고, 박선영 위원은 법학박사이자 동국대 법대 교수이며, 남편은 민일영 현 대법관인 사람이다. 그런 분들이 저런 일을 국회에서 벌이고, 법조당이라고까지 불리는 여당은 그걸 빌미 삼아 동의안을 부결시키다니 참...
아무튼 저 문제는 이미 지나갔고 어차피 말이 안 통하는 분은 계속 안 통할 것이니 각설.
이 포스팅은 저 문제를 따지자는 건 아니고, 새로 추천된 김이수 후보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분명히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도 저 문제는 또 다시 나올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 맞습니까?"
"확신합니까?"
"김정은 개X끼 해봐"
(위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박선영 의원의 질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세계의 최장ㆍ최악의 독재정권은 어느 정권입니까?" 이건 뭐.. 아예 전원책처럼 대놓고 김일성ㆍ김정일 개X끼 해보라고 하든가.)
아무튼 나는 벌써부터 김 후보자의 대답이 기대된다.
아니, 사실 기대할 것도 없이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양식있는 법관이라면 또 다시 저 대답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설사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것이고 여당은 또 그것을 빌미삼아 정치 쟁점화, 대선 이슈화할 것이 확실하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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