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2. 7. 28. 22:49

디스라는 말

몇 년 전부터 갑작스레 인터넷에 유통되기 시작해서 요즘엔 보편화된 말 중에 '디스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바꾸면 뒤통수치다, 곯려주다 정도가 될 것 같고, 보편화된 속된 표현으로 바꾸면 까다, 엿 먹이다 정도의 뜻이 될 것 같다.

disrespect(무례, 결례)를 줄여서 저렇게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설명이고, 힙합계에서 주로 특정인을 타겟으로 삼아 그를 비판하는 음악활동을 disrespect라고 통칭하는데 그게 일반적으로 퍼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데 저 표현은 개인적으로 정말 싫다. 일단 정체불명의 표현이란 점이 싫고,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 웃긴 것도 아니고 유명인이 사용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렇게 퍼진 이유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특히 앞에 dis~란 접두어가 붙는 단어가 좀 많은가? 그냥 디스라고 하면 그 많은 단어들을 제쳐두고 굳이 disrespect를 떠올려야 하는 것도 황당하다.

 

그런데 이제는 저 말을 기자들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언론의 폐해 얘기야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지만, 어제 포탈 메인을 장식한 기사 제목에 "A가 B 디스"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긴 난 예전부터도 저런 식의 이상한 표현들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간혹 사용하기도 했다.) 예컨대 "쩐다"는 표현이나, "빡세다"라는 표현, "벙찌다"와 같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정체가 불분명한 그런 말들 말이다. 그런 말들은 대체로 몇 년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편이지만(예컨대 약 10년 전에 디씨인사이드에서 시작한 "방법한다"라는 표현은 인터넷을 몇 년간 휩쓸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쓰지 않는다), 끈질기게 살아남아 보편화된 속된 표현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꽤 있다. 아무쪼록 저 '디스하다'는 말은 하루빨리 사라져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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