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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절거리는 시 No.3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 김수영(金洙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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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지난 봄에 나에게 정말 무한한 감동과 위로를 주었던 시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별차이 없이 똑같은 것 같은데,
그 땐 그렇게나 강렬했던 이 시의 인상이.. 오늘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한 번 읽어보니 그 때만큼의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걸 보니...
무언가 정말로 힘든 일이 있긴 있었나보다.
지나고 보면 항상 이렇게 별 일 아닌 것을... 뭐가 그리 힘들어하는 것인지.. ^-^
어쨌든 이 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이다. 처음에 보았을 땐 어찌나 좋아했는지, 그냥 생각날 때마다 중얼중얼하고 다녔었다. 머릿 속이 헝클어질 것 같으면 이 시가 떠오르곤 했었다 ㅡ_ㅡ
그 바람에 김수영 전집을 다시 펴보게 되기까지 했었는데... ㅋㅋ(결국 조금 보다 던져버린 것 같지만 -_-;;)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들 때, 쫓기는 듯한 심정일 때 그냥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한 번 읽어보세요~
조금의 위안은 되어 줄 수 있을거예요.
* ⓦⓘⓝⓓ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8-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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