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촌 (外人村)
- 김광균 -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電信柱)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나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우엔 한낮의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단 별빛이 나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村落)의 시계(時計)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 같이 언덕 우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우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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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는 김광균 씨의 시를 정말정말정말정말로 좋아하였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 때만해도 난 모던한 분위기, 세련된 도회적 이미지를 사랑하는 촌스런 학생이었다.
하지만 뭐... 고등학교 땐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뭔가 세련되게 보이는 것을 찾고, 겉 멋에 취해 자기가 고독을 씹는다고 생각하고... ㅋ
한동안 잊고 살았던 이 시가 며칠 전 갑자기 머리 속에 찾아왔다. 발렌타인 데이였다.
아침에 집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는데, 또 다시 맞닥드린 여학생들의 인파~ ^0^ / (우리 집 앞엔 여대가 있다. 그래서 아침에 지하철계단을 내려가려면 항상, 올라오는 여학생들 속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면서 내려가야한다. ㅋ 환호하는 깡민군^^~ ... 변태가꾼 -_-;;) 마침 그 날이 졸업식날이어서 모두들 예쁜 차림에 꽃다발도 여기저기 들려있고.. 화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한낮의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
한낮의 소녀들의 입가에 걸려있던 화사한 웃음들을 내 귓가에 걸고 서울로 갔다.
졸업하는 모든 한낮의 소녀, 소년들의 앞 길에 축복이 가득하길...
뱀다리) 이 시를 찾으려고 김광균 씨 시집을 찾았으나 행방불명. 그래서 고교 때 보던 '현대 詩의 이해와 감상'이란 책을 뒤져 이 시를 찾아냈는데... ^^ 지금보니 웃기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 얘긴 다음에~ 휘리릭
* BGM : Fiona apple - Across The Universe (플래즌트 빌 OST) → 문주누나 홈에서 살짝^^;;; 누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곡 정말 반해버렸어용~ ㅠ.ㅠ
* ⓦⓘⓝⓓ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8-03 13: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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