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운동을 하러가서 러닝머신 위에서 죽기 살기로 뛰고 있었다. 그냥 뛰면 심심하기 때문에 평소처럼 위에 달린 TV를 보면서 뛰었다. TV에선 항상 YTN을 틀어놓는다.(이건 정말 마음에 든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YTN 뉴스 중에는 '뉴스와 상식' 코너라면서 생소한 용어들을 설명해주는 코너가 있는데, 뛰는 도중 그 코너가 나왔다. 오늘의 용어는 바로 '순항미사일'이었다.
'순항 미사일'
'인공위성을 사용해서 미리 표적까지의 지형을 입체사진으로 촬영하고, 그것을 통해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방향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미사일.'
대충 이런 식의 설명이 처음에 나왔다. 여기까진 좋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는 최첨단 GPS 기능을 사용하여 머 어쩌고 저쩌고 해서 더욱 정밀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음.. 저렇게 써놓고 보니 별로 아닌 것 같은데 -_-;;; 암튼 아까 뉴스에서 본 저 내용의 뉘앙스는 '이번에는 기술이 더 발전해서 나쁜 놈들을 더 많이 확실하게 때려잡을 수 있게 되었다' 머.. 그런 식의 뉘앙스였다.
허허.. 참 그 내용의 위에는 '뉴스와 상식'이라는 제목이 떡하고 붙어있었으니... 그걸 보면서 우리시대의 '상식'이란게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힘센 놈이 무조건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때리고 심지어는 죽이는 것이 우리에겐 이미 '상식'이고, 아무도 그런 것을 심각하게, 다르게 생각해보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에 편승해서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다. 우선 나만해도 속편하게 달리기나 하고 있지 않았던가? ㅡ_ㅡ 심지어는 언론에선 '상식'이라면서
'힘센 놈이 약한 놈 패는 도구'
'이번에 쓰는 연장은 약한 놈을 더 쎄게 정확하게 때려팰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설명이나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인간의 삶이란 건 참 어이가 없다...
힘센 놈 옆에 붙어서 힘센 놈의 시각에서 가십거리로 용어설명이나 한다고 나자빠져 있고... 그걸 보는 사람들도 모두 아무 생각 없이 무덤덤/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사실들을 받아들이고...
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상황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고 하는 그런 것도 큰 의미를 가지진 못하기에 무조건 옳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문제는, 보편적 인간들의 생활과 사고의 패턴과 양식, 그리고 그 전체적인 모습이다. 오늘 특히 날 분노케 한 것은, 힘센 놈 옆에 붙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게 다 세상사는 거고 인생이란거야' 그러면서 비상식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먼 곳에서 그런 자신의 오류도 깨닫지 못한 채로 여유나 즐기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 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해야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튼 우리의 이 모습은.. 최선일지는 몰라도, 정의는 결코 아니며 신념이랑도 상관이 없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완전한 몰인간성일 뿐인 것이다.
슬프게 살고 있다, 우리는.
* ⓦⓘⓝⓓ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8-03 13: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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