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5. 8. 28. 09:47

금자씨의 충고를 들어라

#1

이번 미스코리아를 두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미스코리아 진에 뽑힐 때부터 다른 애들이 더 이쁜데 학교 덕에 뽑혔다느니, 연세대 지방캠퍼스 학생인데, 서울캠퍼스인 척 했다는 둥, 심저어 심사위원과 주최측이 사기당했다는 이야기까지...
여동생 말로는 같은 학교 학생 일인지라 자기 학교 게시판이 한동안 시끌시끌했다고 한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한데 이번엔 더 난리가 난 듯 하다. 그 학생이 SBS 아나운서에 뽑혔기 때문이란다. 그 학교 내에서보다 이젠 다른 사람들이 더 난리다. "이쁘다고 뽑아주냐"에서부터 "서울캠퍼스가 아니라던데..."까지. 포탈 토론 게시판을 잠시 들여다 보았더니, '뭐, 청년 실업이 워낙 심각하니...'라고 동정적인 마음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지가 백수주제에..;;) 그래도 그 찌질한 키보드 워리어들의 한 개인에 대한 과도한 분탕질을 보다보니 내 일도 아닌데도 마구 분노가 치솟는다.
까놓고 얘기해서 그들의 얘기대로, 그 학생이 학벌세탁을 위해 서울캠퍼스로 이중전공을 했고, 아나운서를 염두에 두고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다 한들 그게 무슨 잘못인가? 그 학생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열려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다행히 그게 좋은 결실을 맺은 것 뿐이다. 그게 그렇게 배가 아픈가? 노력하고 꿈을 이루는 사람에게 박수는 쳐주지 못할지언정, 자신들의 이상한 기득권이나 내세우며 어떻게든 흠집내고 폄하하려하는 사회는 분명 건전한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한마디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내 비록 '친절한 금자씨'를 아직 보진 못했으나 이 대사는 알고 있다.)

#2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고 보니, 예전 일 중에 생각나는 게 있다.
예전에는 법학관 화장실낙서판에 매주마다 학생회에서 '지난 주에 무슨 일을 하였고 이번 주에 무슨 일을 합니다.'라고 친절하게 써붙여 놓곤 했었다.(요즘도 이런 거 붙이는 지는 잘 모르겠다. 법대에서 생활 안 한지가 하도 오래되서 -_-;;)
한데 한번은 그 옆에다가 어떤 사람이 욕을 마구 섞어가며 학생회가 하는 모든 사업에 이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저건 왜 하니, 이 일은 왜 이따위로 했냐, 저 일은 왜 저따위로 했냐, 그런 식으로 모조리 싸잡아 욕을 하더니 운동권 놈들은 무조건 다 죽어야된다, 이런 식으로 끝맺음을 해놓은 것이었다. 당시 학생회 사람들과 친했고, 신문사에 있었기 때문에 학내 사정을 좀더 알고 있었던 나는 그 사람의 의문(인지 그저 욕인지는 잘 분간이 안 갔지만;)들에 하나하나 설명을 달아 놓았었다.(화장실에 앉아서 뭐 심심하다보니;)
며칠 후, 우연히 또 그 칸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오잉? 거기 또 답글이 달려있는게 아닌가! 신기해서 찬찬히 보았더니 왠걸, "넌 왠 학생회 꼬붕짓거리하는 병신인데 껴들이서 jr이냐"로 시작해서 완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욕이 주렁주렁 달려있지 않은가! '병신'이 그나마 참 고운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 때 처음 알았다. 나도 뭐 분기탱천한 건 당연하지만 화장실 게시판에 줄줄이 답글이나 달고 있을 이유도, 시간도 없어서 밑에 한마디만 써놓았다. "저렇게 설명해줘도 불만이면, 니가 한 번 해보세요."
그리고 또다시 며칠 후...(저 정도로 그냥 끝나면 재미없잖아;;)
별 생각없이 우연히 다시 그 칸에 들어간 나는 또 답글을 발견하고 말았다. 요지인 즉, "논리적인 논쟁을 하다가 니가 해보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거 완전 또라이구만. 너도 혹시 사시공부하냐? 너 같이 비논리적인 놈은 사법시험에 영영 못 붙은다. 역시 운동권 놈들 말빨이나 세우다가 결국 논리적으로 안되면 헛소리나 하는구나."
그 때가 내가 태어나서 한 두번째쯤으로 사회의 어마어마하고 거대한 어떤 '벽'을 느낀 때였을 것이다.(그 이후로는 시도때도 없이 느끼고 있다;;;) 그래, 난 비논리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욕을 막 해야 논리적인건가?) 하지만 그렇게 논리일관되고 사법시험도 빨리 붙고 헛소리도 안 하는 사람들이 출세하고 소위 사회지도층이 되어서 우리나라는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다. 물론 이 영리한 짐승들의 시대에선 그들도, 나도 행복하지 않다.

#3

그런데 위와 비슷한 일을 요즘은 사회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며칠 전 노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해서 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 대안도 없이 무작정 비판을 해놓은 기사를 볼 때면 그 기자한테 "아이구 이 사람아 그럼 자네가 와서 한 번 해보게나."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조중동은 또다시 한목소리로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대통령이 책임의식이 없다느니, 비판에 귀를 막는다느니, 무식해서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하나 못 내놓는다는 식의 뉘앙스를 노골적으로 풀풀 날리기까지.. (물론 그러면서도 어떤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도대체가 말이 안 통하는 자들이다. '칭찬합시다'라느니 '하루 몇 번 웃기'라는 둥 온갖 그런 캠페인은 독으로 다 벌이는 언론사들이 왜 대통령 일에 칭찬 한마디 하고 격려 한마디 하는 건 그렇게나 인색하고, 대통령이 보다 못해 논리적으로 해도해도 안 되니까 정말 인간으로서 감성적 호소까지 하고 나서는 걸 오히려 아까 얘기한대로 다시 공격의 소재로나 삼고 있으니. 쯧쯧
노대통령이 하는 일이 항상 분열을 일으키고 혼란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그건 당신들만의 이야기다. 당신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운게 당연하다. 당신들의 그 알량한 기득권을 분쇄시키고 있으니.
친일파나 군부독재에 기인한 그 썩의 기득권의 분쇄가 국론분열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지금 분열의 주체는 당신들이다.
부동산대책 내놔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세부정책에 가면 모조리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당신들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북한 사람들 굶어죽는다고 쌀 좀 보내주는 게 아까워 벌벌 떨고 8.15 남북대축전 하는 옆에서 성조기나 흔들어 대는 건 너희들이다.
언론을 틀어쥐고, 그 따위 옐로저널리즘 축에도 못낄만한, 그야말로 저열해빠진 구시대적 선동정치의 프로파간다(대표적인 예로 문창극 아저씨의 최근 칼럼을 하나 보라. [문창극 칼럼보기])나 양산해내는 게 바로 당신들이 그어 놓은 선 안에 스스로 분열하고 들어가 있는 당신들이란 말이다.

아.. 이거 너무 흥분해버렸구만.
뒤로도 줄줄이 많이 썼다가 다 지워버렸다. 그냥 우리 금자씨의 충고나 한 번 더 상기하고 끝내자.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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