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6. 7. 4. 22:01

이해를 같이 하다

어제 헬스클럽에 가서 뉴스를 보는 도중, 이런 꼭지가 나왔다.
'투자유치에 노사 따로 없다'
그 주인공은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미국에 투자설명회를 하러갔다는 정부대표단과 기업대표단에 낑겨서 저런 이야기나 하러 갔단다.(과연 누구 돈으로 갔을까?) 그의 이야기 중 특히 강렬한 부분 한토막.

"노동운동하는 사람이 기득권층과 이해를 같이 하면 안되는 겁니까?"
덧붙여 비유까지 한마디 해주시고..
"기득권층이 우리나라 월드컵 8강, 4강 가는거 좋아한다고 우리는 좋아하면 안되는 겁니까?"

러닝머신 뛰느라고 헥헥거리다가 급작스럽게 세컨드윈드가 찾아올만큼 대단했다. 저 이야기를 하는 그 뻔뻔한 면상이라니...
며칠 전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이용득 위원장과 한 세미나에서 설전을 벌이다가 결국 '공부를 더 하고 오라'고 했다는 기사를 얼핏 본 적이 있다. 그 땐 김 전장관이 너무하네 싶었지만, 저 사람의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당연한 일이다.

노동운동은 계급적 가치관에 기초해서 나올 수 있는 산물이다. 그 계급이란 것은 요즘 조기 논술공부 바람에 초딩들도 다 알다시피 부르주아지 - 프롤레타리아트의 2분법적 구도인데, 이게 곧 기득권층 - 무산자(노동자)층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 이 계급이 나누어지는가? 이 점이 바로 포인트인데.. 친애하는 이 위원장님께서 말씀해주셨다시피 이해(利害)관계에 따르는 것이다.(여기에 대해 태클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자세한 설명을 하려 했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관둔다. 유물론부터 현대철학, 나아가 신자유주의까지 넘나들어야하기 때문에..-_- 걍 쉽고 단순하게 생각합시다.ㅋㅋ)

그런데!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이거이거이거.. 한국노총의 위원장이 과연 할 수 있는 얘기인가..
기득권층과 이해관계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결국 자신이 해먹고 있는 노조의 존재의의를 기저로부터 허물어뜨리는 것인데 말이다. 진짜 논리적인 상상력은 하나도 없는건지, 김 전장관 말마따나 공부를 안해서 그런건지;;; 신자유주의가 어떤 체제를 통해 작동하고, 그 매커니즘이 노동자들에게 결국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 한번이라도 숙고해봤다면 해외투자유치에 대해 마냥 좋아할 수는 없을 텐데.
그리고 설혹 이해를 같이 하더라도 더 잘살고 더 잘난 기득권층이 미득권층의 이익에 맞춰주면 모르겠으되, 왜 훨씬 더 못사는 사람들이 기득권층의 이익을 못 올려줘서 안달인가.
게다가 저 어이없는 비유는 또 뭔가?ㅋ 축구 좋아하는데 계급이 있었던가? 축구 좋아하는게 업(業)인가? 노동운동을 취미생활에 비견하고 싶다면 당신부터 그 잘나신 노총위원장 계급장부터 떼고, 한국노총은 아예 취미클럽으로 바꾸는게 어떠신지.

노동귀족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저런 인간들이 뻔뻔스럽게 국민세금으로 미국 관광가서 겨우 저런 소리나 지껄이는 세상이니 그런 것이다. 뭐..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 하셨으니 귀족임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Random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여운 호나우딩요  (0) 2006.07.07
詩16 - 비에도 지지 않고  (0) 2006.07.05
어쩌면  (0) 2006.06.26
전쟁, 승자, 여유  (0) 2006.06.15
한미FTA 협상 시작  (0) 200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