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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4. 03:23
연탄나르기
#1.
12월 22일.
연탄나르기 봉사를 생전 처음 해보다.
12월 22일.
연탄나르기 봉사를 생전 처음 해보다.
어느집엔 200장, 또 어느집엔 400장,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 장에 550원, 11만원 혹은 22만원 어치보다 훨씬 더 많이 그 가정이 평안하시기를.
#2.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건 릴레이하던 골목에서도 저 안쪽에 사시는 한 할머니의 시선이다.
그 할머니는 한무리의 청년들이 몰려와 한 눈에 보기에도 '보여주기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명백한 그 장면을 정말 '잘 보아주셨'는데 추운 날씨에도 너무 주의깊게 오랫동안 지켜보셔서 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할머니 형편이 어떤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무튼 할머니댁은 우리가 연탄을 배달해 드리는 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시선이 그저 호기심의 시선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집에도 와 주길 바라는 간구의 시선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낯선 사람들이 골목을 시끄럽게 하는 데 대한 비난의 시선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한창 연탄을 패스시키면서 허리를 돌리다가 "아, 되다!~"하고 허리를 쭉 펴자, 할머니께선 배시시 웃음을 지으셨는데 그 웃음이 어찌나 순박하신지 그 미소는 기억에 참 오래 남을 것 같다.
#3.
그 밖에도... 미녀동기 옆에 섰다가 괜시리 나까지 잇몸미소 띤 채로 카메라만 보며 연탄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전달하기 신공을 펼친 기억(나와 아무 연고도 없는 기업의 사보에 그 사진이 실릴 생각을 하니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다)과, 누군 주고 누군 안주냐며 걸죽한 욕설을 들려주신 할아버지, 그 집 같이 잘 사는 집에 도대체 왜 주냐고 한 할머니께서 중얼거리며 지나가시자마자 그 집에서 최고급 유모차가 나와서 내려간 코믹 연극같은 이미지, 그리고 리어카가 충분히 올라갈만한 골목길을 굳이 수십명이 오가며 손으로 연탄을 날라야 했을까라는 의문은 덤으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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