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액션, 좋아하는 졸리 언니,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엉성한 스토리, 곳곳에 녹아있는 불편한 사상들 때문에 아주 찝찝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예고편을 보고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같은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이 영화의 스토리를 간단히 축약하면 이렇다. "그냥 다 죽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몰론 그렇지 않다. 영화 얘기하다가 뜬금없지만 장황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우리는 르네상스 이후 근대를 인문주의, 인본주의 사회라고 부르고, 중세와 그 이후를 구분 짓는 특징은 바로 '인간중심'이다. 그리고 선대의 ‘근대적 인간’들은 진정한 ‘인간중심’은 ‘자기중심’이 아닌 ‘모든 인간의 존엄’이라는 형태로만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의 삶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다른 사람들과의 수많은 접촉과 만남은 필연적으로 공동체의 형성을 낳으므로, 그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존엄성이 각각 보장되어야만, 그 일원으로서 자신의 존엄성이 일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하면 필연적으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공동체에는 항상 질서가 요청되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각자의 의견과 이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일정한 행동방식이 요구된다. 즉 특정 행동은 장려되고, 특정 행동은 금지되는데 이러한 행동방식의 총체를 우리는 규범이라 부르며, 그 중에서도 사회형성의 요체로서 기능하는 기본적 사항을 ‘법규범’이 규율하게 된다.
이러한 법규범에 의한 규율은 개인에 의한 사적 구제의 포기를 그 기반으로 한다. 이 기반을 신뢰하지 않거나 여기서 벗어나 사적 구제를 관철시키려는 개인들이 많아진다면 그 공동체는 결국 규범이 효력을 잃게 되고 종국적으로 와해되고 마는 것이다.
졸리 아줌마가 여기저기서 마구 사람들을 죽이고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액션 영화가 다 그러려니 했었지만, 마지막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라고 말할 때는 정말 머리가 쿵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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