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08. 11. 30. 23:14

서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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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에 여사님께서 이러이러한 연극을 보러가야된다고 설명을 하셨을 때엔 대충 흘려들었고,
그 때문에 대학로에 도착할 때까지 <잘자요, 엄마>란 공연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그 착각을 바로 잡고 나서도 여사님께서 서른에 아이를 갖게 된 엄마가 겪게 되는 불안감과 뭐 블라블라.. 아무튼 우울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가 보더라는 설명을 하시자 당장 "오우~ 난 그런 식의 우울한 연극들 정말 싫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연극을 보고 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2.

공연은 아주 독특한 형식으로 인형극 + 연극의 형태였다. 처음보는 형태라 처음엔 어리둥절했으나 보면 볼 수록 아주 신선하고 매력적인 방식이었다. 특히 귀엽고 앙증맞은 걸 선호하는 요즘의 트렌드를 십분 활용하고 연극 속에 녹여내는 기법이 탁월했다.
게다가 배우 두 분의 연기력도 탁월했고, 여러가지 소품이나 세밀한 설정들이 정말 하나하나 꼼꼼하게 준비하고 연출했다는 걸 절절히 느끼게 해주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공연시간이 75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는 재미가 있었다.


#3.

개인적으로 위와 같이 구성이나 형태는 매우 훌륭했지만, 내용은 약간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서른즈음의 부부생활과 그들의 아기 키우기를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그 속에서의 고민과 서로간의 충돌에 대한 자기성찰 등 공감을 자아내는 스토리임에도 그것이 오히려 과해서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인물들의 이야기는 너무 평면적이었고, 뻔한 내용에 불과했으며, 서른살 젊은이들의 고민이 단지 아기와 가사분담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은 도대체 소소한 공감과 재미 이외에 이 연극에서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게 했다. 게다가 결말도 결국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자, 이 의구심이 현실이 되는,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말았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이 좋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난 조금 더 거창한 목표의식을 원했으나 다른 분들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재미에 충분히 만족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다. 또한 지금 아기 부모이신 분들에겐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는 화두를 던진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모두가 공감하는 "지극히 평범함"으로 모두 돌아가 다시 한번 자신의 자리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자는 것이 기획의도라면, 그 목적을 100%를 훌쩍 넘게 달성하는 것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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