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08. 7. 29. 00:05

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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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본지 꽤 지났는데 뒤늦게 리뷰를 쓴다.
(리뷰라기 보단 불평, 불만이 주가 될 것 같다.)

먼저 언급할 것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VIP석이 무려 13만원! 내가 지금까지 본 어느 공연보다도 비쌌다. ㅠ.ㅠ
굳이 VIP석에서 볼 것 없이 낮은 등급의 낮은 가격대 좌석에서 보면 될 것 아니냐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으나... 샤롯데씨어터의 1240석 가운데 40% 이상이 VIP석이었다.(이게 무슨 VIP냐고...;;;) 그 외 나머지 대부분의 좌석도 R석... orz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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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세계를 가격으로 감동시켰을 것이다.


두번째, 가격이 비싸도 공연이 아주 만족스럽다면 납득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공연의 만족도는 가격 대비, 떨어진다.
물론 세계적인 작품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고양이들이 객석 사이를 뛰어다니고 재롱을 떠는 등 아기자기한 재미도 많았다. 음악도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인에게 캣츠의 형식이 별로 어필하지 못한다는 사실.
캣츠는 알려진대로 고양이들이 하나씩 소개되는 형식인데.. 이게 별로 재미가 없었다.
인터미션 이후부터 지루해지기 시작한 공연은 내게 '역시 한국인에게는 강력한 서사가 있어야하는 구나'란 생각만을 들게 했다. 그렇다고 강력한 위트나 유머가 살아숨쉬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해외팀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다면 가격이 오히려 싼 게 정상이 아닌가?
한국팀이 이어서 공연을 펼치던데 거기선 한국사람들에게 맞춰서 좀 각색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세번째는 샤롯데씨어터 자체의 문제이다. 나와 같이 간 여사님은 예매할 때부터, 샤롯데씨어터가 처음 생길 때는 양질의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며 대대적인 언론플레이를 해놓고 어떻게 저런 가격을 받을 수 있냐며 분개하셨는데;; 직접 가보니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뮤지컬 전용극장이 너무나 크다. 말이 1240석이지, 대학로의 웬만한 극장들 3~4배의 크기가 아닌가? 무대와 객석의 호흡에서 좋은 공연이 나온다고 믿는 나로선, 구조 자체가 이미 양질의 공연을 이룰 수 없는 체제로 보였다.
게다가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이야기가 있다. "덥다." "바깥은 이렇게 시원한데, 안은 왜 저렇게 더워?" 이쯤되면 막장이다. 13만원짜리 좌석에 앉아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연을 보아야 하다니. 저 비싼 가격에, 그 넓은 객석을, 평일인데도 꽉 채웠으면 적어도 그에 합당한 편의는 제공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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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 잘 보고 와서 너무 불평만 늘어놓은 것 같다.
아까도 말했듯이 훌륭한 점도 많았다. 특히 배우들의 몸짓은 정말 한국인이면 저렇게 절대 못할거야, 싶을 정도로 생동감있고 에로틱했다. 그 밖에도 훌륭한 점은 티켓링크 예매하는 곳으로 들어가서 감상평을 몇 개만 봐도 된다. 알바를 푼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다는 평밖에 없으니... (사실 나도 여기 낚였다. ㅠ.ㅠ)
그렇지만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할 때에 흥이 별로 나지 않음에도 억지스럽게 환호하고,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박수를 치던 많은 사람들을 보고 나니 배알이 뒤틀려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고가'의 공연을 보았다는 자기만족과 더불어 '벽안의 외국인' 배우들에게 우리는 수준 높은 공연을 가슴 속 깊이 이해하는 '문화시민'이라는 점을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어하는 집단적 (혹은 국민적) 열등의식이 어느정도 발현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너무 배배 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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