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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놈놈놈
2008
감독 ㅣ 김지운
출연 ㅣ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1.
이 영화 참 재미있다. 내용이 없다느니, 역사의식이 없다느니, 말이 많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엄청 재미있다. 그리고 멋있다. 그러니 보시라, 날 믿고... (응?)
남자는 역시 가오여...
#2.
잘라말하자면 이 영화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일확천금의 꿈은 고대로부터 인간세계와 함께 했다. 영어로 '투기'를 뜻하는 speculation은 본래 라틴어 speculàtiõ가 본말인데, 이는 철학용어로서 '사색' 또는 '심사숙고'를 뜻하는 말이다. 인생의 진리를 심사숙고하면 철학이 되고, 돈의 진리를 심사숙고하면 투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다른 방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남자가 있다. 이름하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들 김치웨스턴이란 새로운 장르를 통해 보물찾기라는 일확천금의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그 다른 방식이 성공했냐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리고 이미 손익분기점인 700만에 다다랐다는 관객들이 보기엔 그런 듯 하다. 김치웨스턴은 시발점부터 폭발적이고, 화려하고, 리드미컬하다.
#3.
위에 있는 사진에서도 그렇지만 좋은 놈(정우성)은 정말 멋지다. 남자인 내가 봐도 두근두근. 나쁜 놈(이병헌)도 정말 치가 떨리도록 나쁘지만 간지가 철철 넘쳐흐른다. 이 둘은 상반되게 멋지고, 뛰어나며, 완벽에 가깝다. 하지만 이상한 놈(송강호)은 그렇지 않다. 그는 덜떨어졌고, 엉성하며, 뻔뻔스럽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를 보며 마음껏 웃고 즐거워한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절로 웃게 된다. 왜 그럴까?
아까도 말했지만 인간세계에서도 일확천금의 꿈은 영화 속과 마찬가지다. 우리들 모두 일확천금을 꿈꾼다. 그러나 우리들은 영화속 정우성이나 이병헌처럼 완벽하고 멋있지 않다. 게다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우리들 자신은 그렇게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누구나 웃게 만드는 바로 이 장면!
즉, 우리들은 극중 송강호에게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꼴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민망하고 우스운 감정을 선사한다. 우린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 저절로 좋아하고 웃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러한 우리 군상을 제목에서 '이상한 놈'으로 이름 붙였다. 세상은 다수의 이상한 놈들이 한데 뭉쳐서 웃긴 일들을 양산하며 사는 곳이란 뜻일 것이다.
사족으로... 위에서 말한 '투기'의 어원인 라틴어 speculàtiõ는 본래 '망루'란 뜻이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철학의 심사숙고는 인간세계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며 이루어진다는 것인가?
이 영화에서는 특히 높은 곳에서 내려찍는 구도가 많이 나왔다. 게다가 작품 중반 정우성은 망루에서 줄을 타고 타잔처럼 날아다니기까지 하고. 이 영화가 배타적 일본관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역사성을 질타하신 분들, 내용이 없다고 폄하하시는 분들 또는 그러실 분들은 높은 곳에서 대평원을 내려보는 카메라와 눈을 맟추고, 놈놈놈들이 대변하는 인간상에 대하여 한번 심사숙고해 보시길 권한다.
#4.
영화 보고 나서 알게 된 몇가지 정보를 덧붙인다.
알고보니 영화는 처음 촬영분보다 엄청 잘려나간 것이었다. 엄지원의 역할 축소는 기사화까지 되어 알려진 것이었지만 그와 더불어 극중 송이(이청아) 또한 대부분의 신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정우성과 엄지원, 이청아는 원래 삼각관계를 이루면서 로맨스라인을 형성하는 스토리였으나 감독이 액션에 깔끔하게 집중하기 위해 과감히 없앴다고... 이청아는 이 영화를 위해 무술까지 따로 배우고 몸을 던지며 연기했다던데 불쌍해서 어떡하노 ㅠ.ㅠ (그래도 개인적으론 감독의 편집이 맞는 것 같다. 현재의 영화가 원본보다 깔끔하고 더 완성도가 높을 듯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3자 대결에서 황당했던 게, 일본군이 왜 갑자기 다 사라졌느냐는 것이다. 영화보다가 옆에 같이 보러 가신 여사님께 물어보기까지 했다. -_- 그것도 알고보니 중간 내용이 잘려서 그리됐던 것. 원래는 윤태구가 대평원 추격신 중간에서 터널을 폭파시켜 일본군의 길을 끊는 내용이 나왔다고 한다. 한데 기자 시사회에서 마지막 추격신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많아서 잘라냈다고;;;
또 한가지, 정우성의 발음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던데...
웅얼웅얼하고 못 알아듣겠다고 -_-
한데 난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불안하신 분들은 씨너스 이수 2관 왼쪽 뒷부분 자리에서 보시라. (세계 최고의 음향시설 어쩌고 하며 붙어있는데 그게 진짜라서 그런건가?)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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