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08. 5. 18. 23:33

중경삼림 - 그에게 접근하는 방법

하루종일 비오는 일요일 낮, TV를 돌리다 우연히 EBS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다.

이 영화가 벌써 EBS에서 해 줄 정도의 영화가 되었나? 싶어서 한번 놀라고,
저게 1994년(생각보다 더 먼 과거)의 영화였구나!! 하면서 또 한번 놀라고,
한 두세번째 보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의 강렬한 미장센을 빼놓고는 거의 내가 기억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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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게 바로 강렬한 내 기억속의 몇 장면





이 영화는 결국 시작하는 두 연인에 관한 이야기이며,
하나는 떨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접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그 둘은 결국 하나의 일이다.)

떨치는 건.. 어려운 일이고 사실은 방법이 없으니,
이번엔 접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라고, 생각했으나.
난 지금까지 영화 속의 아미처럼 적극적인 접근을 해 본 적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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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이라면 무릇 이 정도는 되어야...




사실 난 영화 속의 떨치는 방법들에 더 공명했다.
① 달린다.
② 중얼중얼...

달리는 거야 원래 좋아하고,,,
예전에 저 영화속에서 양조위가 중얼중얼 거리는게 멋있어서 나도 따라해본 적이 있었다.
괜히 책한테도 말을 걸고, 연필을 꾸짖고.. 화분을 다독이고...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양조위처럼 멋있어지고 싶어서 한거였는데 ㅠ.ㅠ
현실 속에선 멋있긴 개뿔.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마음 속에 드는 생각들을 무작정 입밖으로 내 뱉는 건 더 어렵다.

나와 자주 통화하는 분이 내게 그런 주문을 하는 일이 잦은 편이다.
"난 목이 아파서 말을 하기 싫으니, 니가 알아서 떠들어봐라."
이 명령은 솔직히 너무 어렵다.(굳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리고 누군가가 이걸 봐주길 원해서 여기 쓰는 건 절대 아니다 -_-) 그렇게 떠들기 좋아하고 말 많은 나지만, 대화에서 주고 받기가 없으면 말을 이어나가기가 참 힘들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노력하지만 금새 또 질문을 하고 있는(즉, 상대의 반응을 구하는) 날 발견하게 된다.


...

뭐하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꼬인거지? 처음에 구상했던 영화감상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_-
제목도 '그에게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떡하니 달아놓고는;;;
수습수습;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사랑이란 건 원래 채우는 일이다. 서로의 일상을 조금씩 자신의 기억과 추억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면의 시각화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세심한 기억력이 요구된다. 자신의 원래 모습에 대한 정밀한 기억. 그게 없으면 내 일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영화에서도 양조위는 그걸 하지 못해서 계속 지나치지 않았는가?

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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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양조위의 훗까시를 보라. 단언하건대 양조위는 이미 저 때부터 아미의 시선을 무의식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아, 참;; 그래서 그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뭐냐면... -_-
걍 영화에서처럼 우연크리가 터지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그런 걸 흔히 인연이라고 부른다. ㅎㅎ (영화에선 필연처럼 이어지지만 그거야 영화고, 현실은 냉정하다.)
그런게 아니고서야 저돌적으로 들이대다간 미친 사람이 될 뿐.
그러나 일단 접근하는데 성공하면 그 후에 채우는 건 자신의 몫이다.

글이 오늘따라 뭐 이렇게 난삽하고 실험적이냐 ㅠ.ㅠ
그 시절 실험정신의 대표적 영화를 봐서 그런건가?
안타깝다.



평점은 ★★★★☆ (이 영화는 평점을 매기기가 왠지 쑥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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