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8. 4. 25. 23:23

시42 -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 백창우 -






1.

너는 무얼 하는지
이렇게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너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언젠가 네가 놓고 간
분홍 우산을 보며
너를 생각한다
조그만 가방 속에 늘 누군가의
시집 한 권을 넣고 다니던 너는
참 맑은 가슴을 가졌지
네가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너무 우중충하고
너를 담아두기엔 내가 너무 탁하지
몇 시쯤 되었을까
거리엔 하나 둘 등이 켜지고
비는 그치질 않고



2.

너는 무얼 하는지
이렇게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너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조동진의 '제비꽃'을 들으며
너를 생각한다
너를 처음 만난 그 겨울엔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지
네 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네가 꿈을 꾸기엔
이 세상이 너무 춥고
너를 노래하기엔 내가 너무 탁하지
몇 시쯤 되었을까
수채화 같은 창 밖의 세상을 보며
너를 생각한다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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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를 좋아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난 비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맑은게 싫은 건 아니다.

그저 비가 좋은 것이다.

비가 오는 밤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생각은 좋은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추억은 좋고,
민망한 것이다.


나는 너무 탁한 것 같다.
그게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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