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07. 9. 2. 17:02

영광의 날들

기대를 많이 하면서
오랜만에 나가서 본 영화였는데 실망이 컸다.

단적으로 말해 프랑스인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다.
2차대전에 참전한 식민지 출신 프랑스 군인들의 차별을 드러내는게 영화의 모토인데,
일제시대 이야기와 소설, 영화들을 너무 많이 접하고 자란 우리가 보기에는 오히려 프랑스 사람들이 참 합리적이라고 느끼게 될 정도...

일례로 토마토를 식민지 참전군들에겐 지급하지 않자 그들이 집단반발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 차별을 시정한다든가.. 식민지 참전군들에게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내지만, 최소한 그들의 유해를 하나하나 발굴해 원 프랑스 전사자들과 함께 묘역을 조성하였고, 특히 아랍출신 전사자들의 비석은 십자가 모양이 아닌 이슬람 모스크 모양으로 세워 준 프랑스의 센스를 보노라면 저게 어디냐 싶기도. -_-;;;
일제시대 수많은 사람이 징용되어 갔지만 연금은 커녕 보상도 한 푼 제대로 못 받고 시신수습조차 제대로 안 되었으며, 오히려 이제는 뻔뻔하게까지 나오는 일본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지 않은가? 뭐 그렇다고 프랑스가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보여주는 상황들이 우리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고, 감독의 역량도 영 모자란 듯 하다. 영화가 쓸데없이 길기만 하고 내용은 중구난방, 강약도 없고 -_- 편집도 그냥 저냥..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히려 프랑스의 변명조로 일관한 부분도 꽤 있었고. 계속 프랑스 만세니 하면서 국기를 펄럭거리고,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이 끼어있는 등등도 맘에 안 드는 부분이다.

소재자체는 참 좋은 거였는데.. 충무로에 이걸 시나리오 가안으로 던져줬다면 아마 눈물 쭉쭉 짜내는 찐한 영화가 하나 탄생했을수도;;;


[한 줄 요약] 감동적이어야 하는 소재인데 감동이 없다는게 문제.

p.s 60여년간 지급을 미뤄오던 식민지 출신 병사들에 대한 연금지급 법안이 이 영화 이후 여론에 밀려 결국 프랑스 국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 사실 때문에, 난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길래 여론이 법안을 밀어올리나 싶어 보러간 건데;; 결과적으로 낚였다.)


평점은 ★★☆


'Imprompt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니 핑크  (7) 2007.09.28
영화들  (0) 2007.09.24
시간을 달리는 소녀  (2) 2007.07.01
빛의 화가 모네전  (0) 2007.07.01
아치와 시팍  (0) 200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