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6. 11. 15. 23:46

부동산 문제

#1.

오늘 또다시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고 한다. (내 개인적인) 예측보다 훨씬 강력한 대책인 것 같긴 한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용적율과 녹지비율 상향조정 기조를 결국 포기하고 말았으니, 그냥 또 난개발만 왕창하고 집값은 똑같이 오르고 말 것 같은 암담한 분위기.
자칭, 언칭 부동산 전문가랍시는 투기꾼 양반들은 일단 '공급확대' 대책이므로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투기꾼들 입장에서야 시중에 돈은 넘쳐나고, 공급은 확대되면 확대될 수록 판이 커지는 거니까 얼씨구나 할 수 밖에 없다.) 경제부문에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부동산 문제를 단순히 땅과 집문제로만 생각해 공급확대가 바람직하다느니 투기수요차단이니 이런 얘기나 하고 있는 정부나 언론들의 좁은 소견이 참 아쉽다.


#2.

부동산은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사회에서는 결국 재테크의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부동산은 (언론과 투기꾼들이 맨날 떠드는 것처럼) 실수요자가 어쩌고저쩌고 할 문제가 이미 아닌 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만큼 경기, 산업부문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게 바로 부동산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가격 폭등은 결국 은행들 때문이다. 즉, 은행 등 금융권들이 신자유주의적 수익성 강화 작업을 통해 넘쳐나게 된 돈을, 기업에 투자하라고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쉽고 안전한 가계대출, 부동산 담보대출에만 퍼붓고 있기 대문이다.
그럼 은행들은 왜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대출 같은 소매에만 주력할까? 그것도 역시 아까 이야기한 신자유주의, 즉 여기서는 주주자본주의 덕분이다. (특히 해외의) 투기자본들이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의 무차별적 도입을 통해 국내 은행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자 결국 단기간에 수익을 내도록 은행장들에게 강요를 하고 있고(자기들은 빨리 수익을 내서 먹고 빠지면 그만이므로), 그렇게 되니 은행들은 장기간인데다 모험을 감수해야하는 기업대출은 할 수가 없게 된거다. 그담엔? 담보가 확실한 부동산에다가 열심히 돈을 몰아주는 수 밖에.. 결국 시중의 부동산 자금은 이렇게 넘쳐나게 되는거고, 집값은 폭등하는거고. (대신 기업활동은 위축되고, 투자는 못하고, 경제성장은 정체될 수 밖에 없는거다.)
일례로 제일은행 같은 경우, 외환위기 전에는 산업계의 큰 손이었고 기업대출이 전체의 80%를 넘어갔다. 하지만 외환위기 후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되면서 국민경제적 은행마인드는 완전히 상실하고 지금은 오히려 가계대출비율이 75%를 넘는 상황이다. 뭐.. 그밖에도 론스타가 장난쳐놓은 외환은행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한미은행은 칼라일이 똑같이 장난. 그리고 현재 리딩뱅크라는 국민은행은 예전 국민, 주택시절부터 소매나 주로 하던 그저그런 은행이었고. -_-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금융계는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건지;;;)

아무튼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 없이 부동산 문제를 '부동산 시장'만 갖다놓고 백날 접근해봐야 답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3.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개인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우리도 총량규제를 시행했으면 한다. 이는 일본의 저 유명한 거품붕괴를 불러 온 바로 그 정책인데..
우리는 거품붕괴가 일어나면 그 경제충격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총량규제는 대책으로 거론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이만큼 매력적인 정책이 없더란 말이지. 일본도 고생은 했지만 결국 요즘 회생하지 않았는가?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각 은행별로 부동산대출액의 총량을 정해서 묶어버리는 게 바로 총량규제인데, 이렇게 되면 아까 위에서 이야기한 그 부동산 폭등의 악순환고리를 일거에 끊어버릴 수 있음과 동시에, 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기업에 대출을 해줘야만 하므로 경제에도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경제 건전성이 확보되므로, 일단 왜곡된 구조가 무너지면서 고생은 좀 하더라도 나중엔 살아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일본도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90년대 초반 당시 우리가 지금 했던 것처럼 보유세 강화, 양도세, 취득세 중과세, 공급 무차별확대 등 모든 정책을 다 썼지만, 그런 걸로는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았었음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요(要)는 부동산에 생긴 가수요를 억제해야 부동산 가격은 잡히는 것인데, 지금처럼 공급늘려서 가수요까지도 다 흡수하겠다거나, 세금을 늘려서 사후적으로 수요를 차단하겠다고 나서봐야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는 것이다.
결국 가수요는 돈의 흐름이고, 그 돈의 흐름을 이 쪽(부동산 쪽)으로는 차단하고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강력하게 개입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미 신자유주의가 절대 가치로 신봉되며, 시민운동계는 물론 노동계마저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한채, 주주자본주의가 옳은 것이고, 아주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현 상황에서 은행과 그들의 뒤에 서 있는 투기자본들이 정부의 그 같은 개입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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