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6. 11. 24. 02:05

詩22 - 태평양엔 비 내리고

태평양엔 비 내리고

                                       - 오 세 영 -


너를 보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에서
무심히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너를 보았다.
서울의 공항에서,
하얗게 하얗게 손을 흔드는
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이(耳), 목(目), 구(口), 비(鼻),
눈썹의 이슬은 보이지 않고
하얗게 하얗게 흔드는 손만이
안개 속으로 흐려지는 태평양엔
비가 내리고,
너를 보았다.
망초꽃 언덕 너머 사라지는
하얀 나비.
오오, 너의 것이냐.
문득 창 밖에 어리는 그림자 하나.
불현듯 토방에 내려서니
빈 뜰엔 가득히 달빛만 차다.
이슬 함초롬히 받고 선
자정의
분꽃.

너를 꿈꾼 밤.


===========================================================

오늘 갑작스레 양재동에 가야했다.
그 낯선 동네의 무심한 인파 속에서
너를 보았다.
우면산 기슭을 걸으며
하얗게 하얗게 흔들리던 그 마음.

'Random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斷想  (2) 2006.12.17
詩24 - 겨울 숲  (0) 2006.12.08
詩21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0) 2006.11.22
부동산 문제  (5) 2006.11.15
詩20 - 편지  (2) 200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