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6. 9. 27. 05:57

詩18 - 감당할 만한 거리

오늘은
오래간만에 시를 하나 읽어볼까.
가을이 가을인데,
시절인데, 좋은 가을인데.
낙엽은 아직 지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겁을 내야지. 아니, 이미 내고 있지.
내 부질없는 향기가 닿아버리는 건 아닌지.
그런데 적당한 거리는 얼마쯤인가?



당신에겐 이게 감당할 만한 거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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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만한 거리


                                                                  - 박상천 -



멀리서 보는 단풍은 아름답다.
욕심을 부려 가까이 다가가
잎잎을 보면
상하고 찢긴 모습을
만날 뿐이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단풍든 잎잎의 상하고 찢긴 모습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가까이 다가가는 일에
겁을 낸다.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감당할만한 거리에 서 있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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