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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8. 20. 12:34
인간주의의 인간화
#1.
일요일 아침에 별 생각없이 뉴스채널을 보다가 어처구니 없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다. 얼마전에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자 5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찬반을 묻는 것이었다. 찬성 48%, 반대 50%.
반대의 이유는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국가경제까지 생각을 해가면서 저런 정부의 정책에까지 일일이 토를 다는 것일까? 실생활에선 눈앞의 돈 몇 푼에 벌벌 떨고, 눈이 벌게지는 사람들이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실 자신이 현재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뭣도 모르면서 국가와 국민경제를 논하고 꼴깝을 떨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05년 기준으로 정부발표 36.6%, 노동계추산 58%다.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만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도 저런 설문조사 결과는 나올 수 없다.
#2.
요즘 최장집 교수님의 책들을 탐독하고 있다. 그 동안은 그냥 유명하신 분, 지난 정권 때 매카시즘적 피해를 입으신 분 정도로 알고 있었고, 글들도 잡지 같은데서 본 게 전부였다. 사실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너무 이 분을 칭송하기만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거부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본격적으로 읽고 나서는 나도 똑같이 칭송하기로 했다. 지금은 다른 책들도 열심히 보고 있다.
특히 감명깊었던 것은 한국에서 이데올로기가 왜곡되어 파급력을 가지는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시는 부분과 신자유주의적 헤게모니가 국가의 역할을 전환시켰다고 선언하신 부분이다. 첫번재는 이 포스팅과는 궤가 다르니 일단 넘어가고, 두번째 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정책 규제에 나서게 되면 가장 먼저 터져나오는 말이 "국민의 재산권 침해다.", "돈 많은 것이 죄냐?"라는 것들이다. 보수논객들이 입만 열었다하면 옲조리는 '재산권'이라는 저 말,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힘써야 하고 부유한 그들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는 그들을 위해 이미 더 많이 힘쓰고 있다. 즉, 부유한 이들은 마치 재산권이라는 것이 만인에게 평등한 것인양 말을 통해 환원시켜버리려하지만, 국가는 보호를 하는 그 자체로 이미 부유한 사람들에게 일반인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규제에 나서는 것은 부유층에게 더 많이 제공된 혜택을 조정하는 의미로 봐야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최교수님은 내가 전에 가졌던 이런 생각을 비슷하게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 적용시키고 계신다. 글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참으로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말장난에서부터 국가의 지배, 더 나아가 헤게모니의 지배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교묘한 여러가지 장치들에 의해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냥 닥치고 아둥바둥거리며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국가주의를 뼈속 깊이 체화한 그들은 국가가 결국 부유층만을 돕고 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큰 그림의 국민경제를 논하시면서 성장우선주의에 빠져 허우적 댈 뿐이다.
#3.
워렌 버핏.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멋진 별명을 갖고 있으며, 이 사람과 점심 한 끼 먹겠다고 수억 원을 내는 사람이 있고, 재산의 85%를 기부하고도 남는 재산이 6조원쯤 되는 사람.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작금의 대한민국 대학생들 대부분이 민망할 정도로 떠받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화신'같은 이 사람이 TV쇼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을 가난 퇴치가 주활동인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시장경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는 버핏같은 부자를 만들어내고, 필연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은 가난한 사람을 버핏의 자리로 올려주지 않는다. 버핏이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한 것도 그들을 일으켜 세워 줄 보이지 않는 손이 평생토록 보이지 않자 자기가 대신 손을 내민 것이라는 말.
버핏이 딱 집어 말한 건 시장경제였다. 그는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 않았으니까"라고 말하지 않았다. 결국 자본주의의 화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맹점도 알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버핏의 기부를 보고 식겁하면서도 우리나라 재벌들은 저렇게 기부 안하고 뭐하나? 하는 식의 쓰레기 기사만 쏟아냈지만, 내가 보기에 진정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끊임없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하여 비판적 성찰을 가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틈새에 인간주의의 싹을 피우는 것.
입으로는 누구나 아름다운 세상, 인간미 넘치는 세상을 말하고, 언론에선 사시사철 무슨무슨 캠페인과 모금들을 하지만 정작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는 데는 반대를 바리바리 쏟아내는 나라. 이 나라의 인간주의가 정말 인간화되는 때는 정녕 언제일까?
* 제목을 최장집 교수님의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에서 차용했다. ^^;
일요일 아침에 별 생각없이 뉴스채널을 보다가 어처구니 없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다. 얼마전에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자 5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찬반을 묻는 것이었다. 찬성 48%, 반대 50%.
반대의 이유는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국가경제까지 생각을 해가면서 저런 정부의 정책에까지 일일이 토를 다는 것일까? 실생활에선 눈앞의 돈 몇 푼에 벌벌 떨고, 눈이 벌게지는 사람들이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실 자신이 현재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뭣도 모르면서 국가와 국민경제를 논하고 꼴깝을 떨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05년 기준으로 정부발표 36.6%, 노동계추산 58%다.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만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도 저런 설문조사 결과는 나올 수 없다.
#2.
요즘 최장집 교수님의 책들을 탐독하고 있다. 그 동안은 그냥 유명하신 분, 지난 정권 때 매카시즘적 피해를 입으신 분 정도로 알고 있었고, 글들도 잡지 같은데서 본 게 전부였다. 사실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너무 이 분을 칭송하기만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거부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본격적으로 읽고 나서는 나도 똑같이 칭송하기로 했다. 지금은 다른 책들도 열심히 보고 있다.
특히 감명깊었던 것은 한국에서 이데올로기가 왜곡되어 파급력을 가지는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시는 부분과 신자유주의적 헤게모니가 국가의 역할을 전환시켰다고 선언하신 부분이다. 첫번재는 이 포스팅과는 궤가 다르니 일단 넘어가고, 두번째 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정책 규제에 나서게 되면 가장 먼저 터져나오는 말이 "국민의 재산권 침해다.", "돈 많은 것이 죄냐?"라는 것들이다. 보수논객들이 입만 열었다하면 옲조리는 '재산권'이라는 저 말,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힘써야 하고 부유한 그들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는 그들을 위해 이미 더 많이 힘쓰고 있다. 즉, 부유한 이들은 마치 재산권이라는 것이 만인에게 평등한 것인양 말을 통해 환원시켜버리려하지만, 국가는 보호를 하는 그 자체로 이미 부유한 사람들에게 일반인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규제에 나서는 것은 부유층에게 더 많이 제공된 혜택을 조정하는 의미로 봐야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최교수님은 내가 전에 가졌던 이런 생각을 비슷하게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 적용시키고 계신다. 글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나아가 신자유주의의 독트린이 강조하는 것처럼 국가의 역할, 국가의 경제행위가 축소되고 있다는 주장도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제이콥 핵커와 폴 피어슨이 미국 정치에 대해 말하고 있듯이, 세금 감축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은 일차적으로 부유층에 혜택을 부여하고 사회복지정책과 공공정책을 위한 재정을 감축함으로써 일반 국민과 저소득층에 해악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은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부유층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국가의 역할이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말장난에서부터 국가의 지배, 더 나아가 헤게모니의 지배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교묘한 여러가지 장치들에 의해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냥 닥치고 아둥바둥거리며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국가주의를 뼈속 깊이 체화한 그들은 국가가 결국 부유층만을 돕고 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큰 그림의 국민경제를 논하시면서 성장우선주의에 빠져 허우적 댈 뿐이다.
#3.
워렌 버핏.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멋진 별명을 갖고 있으며, 이 사람과 점심 한 끼 먹겠다고 수억 원을 내는 사람이 있고, 재산의 85%를 기부하고도 남는 재산이 6조원쯤 되는 사람.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작금의 대한민국 대학생들 대부분이 민망할 정도로 떠받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화신'같은 이 사람이 TV쇼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을 가난 퇴치가 주활동인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시장경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는 버핏같은 부자를 만들어내고, 필연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은 가난한 사람을 버핏의 자리로 올려주지 않는다. 버핏이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한 것도 그들을 일으켜 세워 줄 보이지 않는 손이 평생토록 보이지 않자 자기가 대신 손을 내민 것이라는 말.
버핏이 딱 집어 말한 건 시장경제였다. 그는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 않았으니까"라고 말하지 않았다. 결국 자본주의의 화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맹점도 알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버핏의 기부를 보고 식겁하면서도 우리나라 재벌들은 저렇게 기부 안하고 뭐하나? 하는 식의 쓰레기 기사만 쏟아냈지만, 내가 보기에 진정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끊임없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하여 비판적 성찰을 가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틈새에 인간주의의 싹을 피우는 것.
입으로는 누구나 아름다운 세상, 인간미 넘치는 세상을 말하고, 언론에선 사시사철 무슨무슨 캠페인과 모금들을 하지만 정작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는 데는 반대를 바리바리 쏟아내는 나라. 이 나라의 인간주의가 정말 인간화되는 때는 정녕 언제일까?
* 제목을 최장집 교수님의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에서 차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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