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0. 2. 8. 17:03

오래된 이야기들

#1.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한 사람이 사회생활을 할 때 멘토의 유무, 멘토의 역할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즘 비지니스 실용서들 중 인관관계학을 다룬 책들이 정말 많지만, 내용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인생의 멘토를 만들라는 것이다.


#2.

이것 역시 이제 와서 뒷북 치듯 포스팅을 하기엔 좀 오래된 이야기인데, 지난 연말에 언론에서 한창 화제가 된 한 여고생이 있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여고생이 매달 용돈 8만원에서 3만원을 쪼개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에게 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한겨레> 12월9일치)


#3.

기사의 내용도 그렇고, 그 기사에 달렸던 인터넷 댓글들도 그렇고 모두다 이 어여쁜 소녀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물론 나도 이 마음씨 착한 소녀가 기특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라면 이 소녀에게서 감동만을 받고 칭찬만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도 고립시켜 놓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4.

이 여학생에게 제대로 된 스승이나 멘토가 존재했다면 과연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용돈 중 무려 40%에 가까운 돈을 후원하는 데 써버리도록 방치했을까? 담임 선생이나 사회복지사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그냥 놔두었다면 정말이지 무책임하고 제 정신이 아니라고 밖에는 말을 못하겠다.


#5.

우리 헌법 전문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으나 대한민국은 실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결코 기회가 균등하지 않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 분야일 지 몰라도, 진정으로 기회의 균등마저 봉쇄해 버리는 것은 바로 '사회'적 관계에서 주변의 조언자나 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문화'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이 여고생의 이야기를 연말의 미담 정도로만 천편일률적으로 다룬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6.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 역시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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