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0. 1. 22. 22:59

사람이 많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퇴근시간에 지하철-전철을 타게 되었다. 6시반에 신촌에서 2호선을 탔고, 신도림에서 경인전철로 갈아탔다. 그리고 정말 힘들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10여년 전 비슷한 경로로 매일 통학을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정말 그 때보다 훨씬 혼잡해진 것 같다. 전동차에 탄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했고, 기관사도 힘들어했다. 게다가 추웠다.

하지만 (난 오랜만에 겪은 일이라 이 사실이 정말 신기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런 고통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매일매일 그렇게 다니다보니 적응이 된 것인가. 그렇지만 그건 수인한도를 한참 넘은 혼잡함빽빽함이었다. 게다가 고통에 적응을 해야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지불하는 교통비는 단순히 내 몸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까지 옮겨놓는 데 대한 비용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쾌적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불쾌하고 고통스럽지 않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인권 침해적(?) 상황은 수도권에 전국민의 60%가 모여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기형적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를 비롯해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자연히 떠올리게 된다.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1시간~4시간까지 저런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그 알량한 집값이 떨어질까 무서워 수도이전을 기어이 박살내고, 행정도시 건설마저도 뭉게버리는 이 황당한 국민들이여.

그 국민들의 틈바구니에 끼인 채 환승통로를 자동으로 이동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마다 겪는 이 고통의 무서움과 내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이런 무서운 상황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묵묵히 받아내고 있는 이 사람들의 무시무시함, 과연 그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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