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2009. 2. 24. 06:26

가장 고독한 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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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너를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

- 이신조 -


1초의 고독. 고독한 1초. 어둑한 천장의 스크린으로 음악이 흐르고 책장이 펼쳐진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읽으며, 카디건스의「Sabbath Bloody Sabbath」를 듣는 밤이다. 모래바람 속에 펄럭이는 누더기 깃발 같은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똑똑히 기억해야 하고 내 영혼을 애타게 돌봐야 한다.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 순간에도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 자전의 시간은 하루, 24시간이고, 1,440분이고, 86,400초다. 첨단의 물리학 원리로 만들어진 ‘원자시계’가 정한 ‘세계협정시時’의 표준 ‘1초’란 ‘외부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세슘 원자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 시간’이다. 절대시간이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실제 지구의 ‘자전시時’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루에 700,000분의 1초씩 느려지거나 빨라지거나 하는 오차를 보인다. 그 이유는 험준한 산맥을 넘는 바람 때문이라거나, 대양의 해류변화 때문이라거나, 예측할 수 없는 지각변동 때문이라거나 하는 설이 있을 뿐이다. 과학적인 원자시와 실질적인 자전시가 미세하게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와 우주의 운행이 언제나 반드시 일정하게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이유로 ‘윤초(閏秒, leap second)’가 도입되었다. 1972년 이래, 6개월에서 2년 6개월 사이에 한 번씩, ‘국제지구자전국IERS’에 의해 세계협정시에 윤초인 1초가 더해지거나 빼진다. 하여 그 1초는 내가 알게 된 가장 고독한 1초다. 말없이 먼 곳으로부터 와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59초와 61초. 1초의 고독. 너를 데려가지 못한 나의 어둠은 그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우주의 운행이 언제나 반드시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사랑이 변질된다거나, 사랑은 순간에만 가능하다거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짧은 찰나를 위해 우리의 전 생애가, 우리의 전 우주가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1초는 무한하고 고독하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에 대한 진정이다. 미국의 우주비행사였던 에드워드 깁슨이 말한다. ‘왜인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들의 우주는 어쩔 수 없이 좋은 것입니다. 그저 그런 것으로 우리들의 눈앞에 있을 뿐이죠. 그걸로 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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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문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고독이 이렇듯 우주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였다니
해결이 가능할 리가 없잖은가?

난 여전히 고독감에 시달리고,

그러나 고독감에 두근거린다.

너를 데려가지 못한 나의 어둠을 그 어디쯤에서 찾을 때까지 나의 전 생애가, 나의 전 우주가 사용된다하더라도
가장 고독한 그 1초를 향해 너를 기억할 것이다.
내 마음에 선한 이상을 오롯이 수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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