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2008. 12. 16. 21:49

흐르는 강물처럼


한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십 달러짜리 지폐를 들고 물었다.


"이 이십 달러짜리 지폐를 갖고 싶은 분 있습니까?"


여러 명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강사가 말했다.


"드리기 전에 할 일이 좀 있습니다."


그는 지폐를 구겨 뭉치고는 말했다.


"아직도 이 돈 가지실 분?"


사람들이 다시 손을 들었다.


"이렇게 해도요?"


그는 구겨진 돈을 벽에 던지고, 바닥에 떨어뜨리고, 욕하고, 발로 짓밟았다. 이제 지폐는 더럽고 너덜너덜했다. 그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사람들은 다시 손을 들었다.


"이 장면을 잊지 마십시오."


그가 말했다.


"내가 이 돈에 무슨 짓을 했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이것은 여전히 이십 달러짜리 지폐니까요. 우리도 살면서 이처럼 자주 구겨지고, 짓밟히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모욕을 당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문학동네 2008 (276-277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제나 여행지에서 아침을 맞는 기분으로 살 수 있다면... (사진은 베이징의 어느날 아침)




강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항상 머리로만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여행지의 아침이 주는 상쾌함은 그 때문이 아닐까?
미지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는,
따라서 눈치 볼 필요없이
모든 상황을 내 본연의 가치에 따라 재창조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일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미처 눈길을 돌리지 못했던
따사로운 햇살, 새삼스런 공간의 풍광, 그 여유로움.
언제나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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