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12. 5. 27. 02:21

meditations

#1.

 

어제 아침에 식사를 하고

늦은 설거지를 하려고 싱크대에 쌓여있던 그릇을 집어들었다.

맨 위에 있던 국그릇을 집어들었는데, 그러자 층층이 쌓여있던 그릇과 접시, 컵이 한 쪽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가만보니 그릇들 중간에 컵이 있어서 구조상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는데,

그 위에 그릇들의 위치와 그릇 안에 담긴 물의 양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높게 쌓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2.

 

그릇들을 쌓은 모양새는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었고, 그 속에 담긴 물도 쌓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담은게 아니었다.

그런데 순전히 감과 우연에 의해 그릇들은 쌓여있었던 것이다.

순간, 요즘 열등감과 시기심에 심하게 사로잡혀 있는 나는 내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 즉 내 시기의 대상들이 평소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결국 그들의 성공도 이러한 우연과 행운이 일정부분 개입하고, 그게 겹겹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할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어딘가에서 삐그덩해서 이처럼 결국 와르르 무너져 내리리라, 하고 저주의 정념도 한 0.0003초간 스친 것 같다. 아,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3.

 

그러나 그릇들을 하나하나 씻으면서 생각해보니,

세상만사가 그러한 우연이 개입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한 때 나만 잘난 줄 알던 시절에도 누군가는 나를 보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이러저러한 알량한 일들도, 결국 그런 우연과 행운이 덕지덕지 발려있는 위태로운 탑에 불과했다.

 

 

#4.

 

단순한 집안일을 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제 아침에 설거지를 하면서 한 잡생각이 하루종일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Random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하는대로 살기  (0) 2012.06.06
기쁨  (2) 2012.05.28
파리  (0) 2012.05.22
톰과 제리  (2) 2012.05.21
사당동 과거와 현재  (0) 201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