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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
<그림자 박제> 中
눈을 뜨면 시계 보며 샤워를 몇 분 안에 끝내야 하는지부터 계산하고, 접대 술자리에서는 재미도 없는 농담에 녹음기처럼 웃어주고, 퇴근하면 TV 채널이나 돌리다가 잠들고…… 가끔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찡겨 검은 차창을 우두커니 마주할 때면, 저 휑한 표정의 남자가 누군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제 안에 다른 사람을 만들어보기로 한 겁니다. 꽤 독특한 취미 아닙니까?
어떤 사람을 만들어볼까? 막상 멍석 깔고 해보려니 머쓱하더군요. 막막하기도 하고. 하지만 창작의 희열이랄까, 전에 없던 활력이 솟았어요. 일단은 나의 내부로 침잠하여 모티프가 될 씨앗을 찾는 게 필요했습니다. 똑바로 누워 저를 이완시키고, 머리도 가슴도 진공상태로 비운 채,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딛고 내려갔어요. 처음 소리가 들렸던 지하실로…… 너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요. 곰팡내와 눅눅한 습기만 켜켜이 쌓인 그곳에 들창을 내고 한 줄기 달빛을 드리웠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이고 가만히 지켜보았죠. 허리가 꺾인 채 벽에 눌어붙은 제 그림자와 함께. 그 과정을 매일 밤 반복했어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다른 취미를 기웃거릴 즈음, 푸른 달빛 속에 희미한 형체가 어른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씨앗을 찾은 거죠.
그 형체가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추도록 살을 붙여나갔습니다. 조금씩, 조심스럽게. 내 안의 또다른 나. 태어난 환경이 달랐다거나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쩌면 지금의 내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 그의 성격과 정서를 빚어가면서 그에 어울리는 말투와 표정, 웃음소리 등을 만들었습니다. 걸음걸이, 앉음새,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까지 매일 저녁 전신 거울 앞에서 연습했죠. 처음에는 영 어색하고 억지스러웠지만, 첫 배역을 따낸 신출내기 배우처럼 반복 또 반복해서 역할을 몸에 익혔습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히고 나자 이제는 연습하지 않은 세부까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더군요. 머리를 빗는 스타일, 수저 잡는 법, 샤워할 때 몸에 비누칠하는 순서……
그렇게 몇 달의 산고 끝에 탄생한 것이 톰이었습니다. 이름이 이상한가요?
(최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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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니 자연스레 신림동에 있었을 때가 생각난다.
동생과 내가 제리고 니가 톰이니 하면서 놀았었는데...
서로 죽어도 내가 제리라고 복닥복닥 했었다.
여기 스스로 톰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네. ㅎㅎ
아무튼 삶은 다른 곳에 있다. la vie est aille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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