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8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3년 전. 서울에선 한 아파트가 무너져 내렸다. 바로 우리가 흔히 들어 온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이다.
당시 착공한 지 6개월도 안 돼 건설된 이른바 '시민'아파트인 와우아파트는 준공 4개월도 안되어 한 동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그나마 준공한지 얼마 안되어 반정도만 입주한 상태여서 인명피해가 70여명에 그친 것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구나 싶다.
사실 이 일을 우리는 '사고'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게 여기에 걸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고(事故)란 '뜻밖에 일어난 사건이나 탈'을 말한다. 물론 아파트 붕괴로 인해서 죽은 30여명, 다친 40여명에게는 그리고 우리 일반 시민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뜻밖의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당시 '하면 된다'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무슨 일이든 무조건 밀어부치고 보자는 대통령 박정희에게, 그리고 그 대통령에 그 시장이라고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서울시장 김현옥과 그들의 비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건설회사들에게 이 일이 과연 뜻밖의 일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그 일로 인해서 서울시장 김현옥은 결국 얼마 뒤 '짤림'을 당했고 아파트 무너지기 이틀 전 퇴직한 마포구청장과 공무원, 시공사 직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일이 '그 충격만큼의 좋은 효과를 우리 사회에 주었는가?'를 따져본다면... 우린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과 또 다시 맞딱뜨리게 된다.
무려 33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고, 그동안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강산이 3번이 넘게 변하도록 우리 사회는 가스를 폭발시켜 시민들이 쇳덩어리 우박을 맞게하고, 비행기를 뚝뚝 떨어뜨리며, 배가 뒤집히고, 다리를 끊고, 백화점이 폭삭 내려앉더니 이젠 아예 불구덩이 지하철이 달려서 시민의 발이 아니라 시민의 무덤이 되어버리는 지경에 오고 말았다.
음..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좋아지고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 필자지만, 이런 현실 앞에서는 '글쎄...'하고 잠깐 의문을 품어 볼 밖에.. ㅡ_ㅡ
2003년 오늘, 33년 전과 똑같이 '불도저'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분이 서울시장 자리에 올라있고 그 분이 건설회사 출신이시라 또 강북 뉴타운이니 하는 도시에 새로 시멘트를 때려 붓는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하셨다. 북한산에서는 터널을 뚫네 마네 하면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 한가지,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의 하나라는 강남의 모 아파트가 재건축을 허가해 달라며 아파트 벽에 '제 2의 와우아파트되면 누가 책임질거냐!' 이런 식의 플랙카드를 달아놓은 것을 보았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곧 무너질 아파트가 왜 그렇게 비싼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과연 투기나 할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는 그들이 와우 아파트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나 알고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33년 전 오늘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묵념이나마 한번 해본 적이 있는지 아니, 오늘이 바로 그 아파트가 무너진 날이라는 걸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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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얼굴'에 전송한 글입니다.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 ⓦⓘⓝⓓ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8-03 13: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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