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대 최악의 교통 정체라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었다. 근래 들어 보기 드물었던 정체이긴 했다. 우리 가족도 시골에 도착하는데 10시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내가 초동학교 5학년 때던가, 6학년 때던가.. 아무튼 오래 전에 시골까지 17시간 반 정도가 걸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역대 최악이라니... 우리 가족들은 모두 실소하였다.
사람들은 역시 눈 앞의 일을 크게 보려는 경향이 있군.
2.
우리 시골은 정말 깡촌인데, 몇 해 전부터는 길도 거의 포장이 되고 대형 마켓이 몇 개나 생기고, 게다가 올해엔 롯데리아까지 생겨서 시대가 정말 변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변화를 실감하는 건, 바로 주차를 할 때이다. 그 깡촌에도 차가 너무 많아져 이젠 차 세울 곳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난 이상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자동차를 보면, '아~ 저 많은 자원들이 다 어디서 온 것일까?'라고 생각하며 세계 어딘가의 자원수출국의 산 하나가 구멍이 뻥하고 뚫려 몽땅 날아가 버린 장면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시골에도 빽빽히 주차된 차들을 볼 때나, 고속도로에 끊임없이 밀려선 차들을 보며 그 차들을 차곡차곡 쌓으면 얼마만한 산이 될까를 생각해보고, 세계의 어딘가에 그만한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상상하며 아찔해하다가 그 때만은 정말 두 손을 부르르 떨며 마음 속으로만 과격환경운동가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3.
추석날 차례를 지낼 때였다. 상을 가득 차리고, 모두들 옷을 갈아입고 차례를 지내려고 하는데, 할아버지께서 또 슬그머니 마루로 나가버리셨다. "그냥 느그들끼리 지내그라." 연세가 드시고, 몸이 불편하셔서 그러시기도 하지만...
우리들이 절을 하는 동안 할아버지께선, "제사상 차려 놓은 걸 보면 느그 어매가 생각이 나서.." 하시며 울고 계셨다.
가끔씩 엄마가 집에 안 계시거나 할 때, 아빠가 꼭 애처럼 칭얼칭얼하면서 안절부절 못해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엄마가 꼭 아빠보다 오래사셔야 하겠구나 하고 장난스레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날도 할아버지를 보고, 아빠를 보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난 뒤, 결심했다. '나랑 결혼할 사람의 첫째 조건은 나보다 훨씬 오래 살 만큼 건강할 것.' 그러고 보니, 난 왠만하면 아주 오래 살려고 하는데.. 걱정이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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