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5. 11. 3. 08:29

詩13 :: 객관적인 아침

객관적인 아침

- 이장욱 -

객관적인 아침
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
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
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
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
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
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
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
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
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
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
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
희미한 풍경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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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야..
아침부터 너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또 듣고, 그것을 확인하고, 듣던 것보다 더 충격을 받고.. 또 그렇고, 그렇고.
그런 와중에도 내 머리속은 여유가 있는 것인지 며칠 전에 읽었던 시나 한가로이 생각이 나다니,
이게 정말 더 미안하구나. 내가 별 힘이 못 되어준다는 것보다도 말이지.

충격이 크니깐 오히려 머릿속은 더 명료해지고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는 듯 하구나.
지금은 너와 나는 그렇게 희미한 풍경일 뿐이지.
그렇지만, 하늘로 오르고 하늘빛을 띠려면 희미해져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아.. 너무 윺치하구나, 내가 생각해도.

힘내라! 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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