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mptus 2004. 8. 24. 10:15

일 포스티노

 

 

<시가 내게로 왔다>란 시집을 아주 좋아한다.
네루다를 처음 만난 것도 그 시집이었다. 물론 그 전에 읽은 적도 있겠지만, 네루다의 말처럼 네루다가 내게로 온 건 저 시집 때문이었다.(오해할까봐 덧붙이지만 저 시집에 네루다의 시는 한편밖에 없다.)
이제 이 영화는 내가 네루다에게 가도록 만들듯 하다.

나는 이념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념이란 건 결국 말장난과 변명을 위한 무덤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결국은 따뜻한 인간을 만나기를 원할 뿐이다.
이념이란 것을 믿진 않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따뜻한 이념을 꼽으라면 사회주의이다. 어설픈 사회주의의 탈을 쓴 독선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다 알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최후의 따뜻함을 가슴 밖에 안고 산 사람들이 있었다.(물론 지금도 있다.) 그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잘 몰랐고 그리고('그래서'가 맞을까?) 실패했다.
이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그걸 아주 조금 표현해내는데 성공한 네루다의 시와 이 영화를 보며 잠깐동안 따뜻해지는 마음 뿐이다.


ps :: 나보다 이 영화를 먼저 본 내 동생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음악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만 수없이 했다. 내가 보기에도 음악도 완벽한 영화였다.

ps2 :: 시인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도 시인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할 수 있다면!


깡민이의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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